윤희근 "대기발령 철회 어렵다"..경찰 내부 커지는 '퇴진 요구'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강연주 기자 2022. 7. 2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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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후보자 "총경 회의 참석자 조사 통해 응당한 조치"
경찰 내부망 "사퇴 촉구" 와글..지휘부·일선 갈등으로 번져
퇴근길 기자들 만난 경찰청장 후보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퇴근하는 길에 최근 경찰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감찰 방침이 도화선이 됐다.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후보자 사퇴 촉구 글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를 둘러싼 여권과 경찰의 갈등이 윤 후보자 등 경찰 지휘부와 일선의 대립과 갈등으로 전이된 것이다.

윤 후보자는 25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총경 회의를 주도했다 대기발령 조처된 류삼영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청장 후보자로서 모임 중간에 중지하고 해산해달라는 요청을 2~3차례 했다”며 “확인 결과 류 총경은 직무명령을 본인 스스로 판단해 거부했을 뿐 아니라 다수의 참가자에게 전달도 안 했다. 책임 정도가 중해 대기발령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자는 총경 회의 참석자들이 형사처벌 대상인지 묻는 질문에는 “주도자와 일반 참석자들은 책임의 경중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사실확인 조사를 통해 응당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형사범죄”라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는 이 장관이 총경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는 “의도를 알 수 없지만 총경들이 지역 사회의 치안 책임자로서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걸 엄중하게 보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청이 밝힌 류 총경 징계 사유는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지시명령과 해산 지시 불이행에 따른 복무규정 위반이다.

‘복무규정 위반’이라는 윤 후보자의 입장은 대통령실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기본 입장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 문답에서 총경 회의 등에 대해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했다. 윤 후보자도 이날 오전 서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고, 퇴근길에는 발언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실과 이 장관, 윤 후보자가 메시지와 발신 시점을 조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자의 발언은 경찰 내부를 진정시키기보다 도리어 반발을 키우고 있다. A총경은 “회의 도중 내려온 ‘지시’가 해산을 명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류 총경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회의를 중단했으면 좋겠다’ ‘(회의실) 대관시간인 7시를 넘겨서는 안 된다’ ‘성명서 발표는 안 했으면 한다’는 세 가지 요청이 있었다”며 “회의도 6시에 마쳤고, 취합된 의견을 후보자에게 전달하자는 얘기를 하던 중에 대규모 감찰, 인사조처가 통보됐다”고 말했다.

B총경은 “직무상 명령이라고 주장하는데, 직무와 관련된 지시가 아니었다. 또 해산명령이 성립하려면 회의의 성격을 ‘집회’로 규정해야 하는데 옥내에서 진행된 것으로 집회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C총경은 “현안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서장들은 다 온라인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을 요약하면, 윤 후보자가 납득할 만한 사유도 없이 돌연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류삼영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경찰관은 ‘이미 우리들의 경찰청장 자격을 잃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이라도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으심이 어떤가”라고 썼다. 한 경찰 관계자는 “윤 후보자는 속전속결로 벌어진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조치의 배경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강연주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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