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의원 "쿠데타 발언 사과 의향 있나"..이상민 "전혀 없다"
거친 발언·강경 태도, 사태 수습은커녕 경찰 반발 키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경찰 통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장관은 25일 경찰서장 회의를 12·12쿠데타로 몰아세우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경찰 조직의 반발을 부추겼다. 야당에서는 이 장관 해임건의까지 거론하는 등 이 장관의 행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언론과 만나 지난 23일 열린 총경 회의를 두고 “12·12쿠데타와 같다”고 했다. ‘강 대 강’ 국면인 경찰과 정부의 대립 양상을 부추긴 발언이었다. 이후 이 장관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했다. 행안부도 이날 오전 9시가 넘어서 일정을 통보받았다.
이 장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총경 회의를 주도하거나 참석한 인사들의 징계 혹은 감찰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러나 총경 회의에 참석한 경찰 간부를 두고 “단순한 징계 차원을 넘어선 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한 적은 없고, 단순한 징계사유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 ‘수사·징계 가이드라인’을 내려준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인사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총경 회의)와 관련해 행안부가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은 없다”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나 다른 경찰청 관계자와 연락을 취하거나 의사소통한 적 없고 할 사안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경찰청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오해’를 재차 강조했다. 경찰국과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새로 만들어지더라도 행안부가 경찰의 치안 업무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데, 경찰이나 언론이 오해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건 이 장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장관은 앞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와 브리핑에서 행안부 장관이 전 정권의 수사가 미진한 사항 등에 대해 경찰에 수사지시 내지는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법조계에서는 “행안부 장관의 업무 범위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어도 수사지휘는 행안부 장관의 업무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행안부는 “수사가 미진한 사건에 대해 장관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이 장관은 행안부 장관의 업무 범위를 이야기하면서 “치안 업무 자체가 아니라 치안 업무를 지휘·감독을 할 수 있는 견해입니다만”이라고 말한 뒤 “논란 만들지 않기 위해” 치안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관여하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장관은 판사 출신 법조인이지만 발언 중 용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 인터뷰에서 총경 회의가 “최고통수권자의 해산명령을 어겼다”는 취지로 말했다. 헌법상 군 최고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급하게 말하시다 보니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장관이 말씀하신 해산명령의 주체는 경찰청장”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날 이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데타 표현을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전혀 없다”며 “오히려 경찰국을 만들지 않는 것이 행안부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했다. 이 의원은 “경찰국 설치는 윤 정부의 몰락을 초래할 뇌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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