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나노 반도체' 세계 공략 출정식
3나노 시장, 사실상 ‘무풍지대’
스마트폰·AI 등 다분야 활용
파운드리 점유율 2위지만
초미세 공정 경쟁서 ‘승기’
수율 안정화 땐 1위 공략 기대
삼성전자가 25일 경기 화성시 반도체 공장에서 세계 최초 3나노(1nm=10억분의 1m) 반도체 출하식을 열었다. 지난달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양산을 발표한 데 이어 한 달 뒤 별도 출하식까지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반도체 회로 선폭을 줄이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의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대만의 TSMC를 제치면서 향후 파운드리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업체 점유율은 TSMC가 53.6%로 삼성전자(16.3%)에 크게 앞서 있다.
양산에 성공한 3나노 반도체는 5나노에 비해 면적이 16% 줄었고, 소비전력은 45% 감소했지만 성능은 23% 향상됐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줄어들면 소비전력이 감소하고 처리 속도가 향상된다. 칩 면적이 줄면 실리콘 웨이퍼 한 장에 넣을 수 있는 칩의 개수도 늘어난다.
파운드리 기술력은 스마트폰·통신기기 제조 업체, 팹리스(설계) 업체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애플은 성능과 전력효율이 크게 개선된 새 칩셋(AP)이 장착된 아이폰을 2년 간격을 두고 공개한다. 2020년 공개한 아이폰12에는 TSMC의 5나노 공정을 적용한 ‘A14바이오닉’이 탑재됐다. 2년 뒤인 올해 공개할 아이폰14에는 당초 TSMC 3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질 새 칩셋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TSMC가 3나노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수요 침체로 반도체 업황 전망이 좋지 않지만, 3나노 등 최선단(최소 선폭) 공정은 사실상 ‘무풍지대’다. 스마트폰,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애플 외에도 인텔, AMD,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등의 기업들이 3나노 반도체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TSMC 고객사들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TSMC의 고객사를 빼오기 위해서는 3나노에서 수율(생산한 칩 중 결함 없는 칩의 비율)을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을 먼저 생산했으니 그만큼 수율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시간도 더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기존 핀펫 기술이 아닌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라는 차세대 기술을 사용했다. GAA를 먼저 적용한 것도 앞으로의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TSMC는 3나노 공정까지 기존의 핀펫 기술을 이용하고, GAA는 2025년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날 출하식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라고 평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출하식에서 “치열한 미세공정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삼성전자와 시스템반도체 업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가 힘을 모아달라”며 “정부도 지난주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바탕으로 전폭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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