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여가부 폐지안 조속히 만들라"

심진용 기자 2022. 7. 25. 21: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가부 업무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25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빠른 공약 이행을 주문한 것이다. 여가부 폐지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 지지율 침체를 겪고 있는 윤 대통령이 2030세대 일부 남성의 이탈을 되돌리기 위해 여가부 폐지란 카드를 다시 꺼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여가부 업무를 총체적으로 검토하여,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김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여가부 폐지 방안을 업무보고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따로 지시를 한 것이냐, 아니면 보고 와중에 추가 지시가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 “저는 그런 내용은 보고드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업무보고는 지난 22일 확정한 새 정부 120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마련했기 때문에,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여가부 폐지도 자연스럽게 보고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보고에 포함되지 않았던 여가부 폐지를 윤 대통령이 따로 끄집어내 폐지 로드맵을 지시한 셈이다.

김 장관은 “여가부 내에 전략추진단을 만들고 전문가 간담회를 하고 있어서, 시간을 많이 갖고 하려 했는데, 대통령께서 조속히 (폐지)안을 내는 게 좋겠다고 하신 뜻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지난달 17일 전략추진단을 설치했다. 김 장관은 전략추진단 출범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략추진단) 회의 때 주제를 정해 외부 전문가를 초빙, 발제를 듣고 의견을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초 업무보고 내용에는 없었던 ‘여가부 폐지’

김 장관은 당시 회견에서 폐지 시점을 두고 “국민의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라며 “사전적으로 타임라인을 정해두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대한 여러 의견을 모아 숙고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이 김 장관의 당초 계획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폐지 속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김 장관이 이날 업무보고 전 브리핑에서도 “여가부 폐지는 명확하나 타임라인을 정해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 한다’는 식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힌 것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과 김 장관 사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은 처음부터 공약 사항은 확실하게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왔다”면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발의로 지난 5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나왔고, 사회수석실에서 보다 세부적인 내용의 내부보고까지 올라왔다. 인수위 때부터 충분히 논의한 사항인데 대통령 입장에서 장관이 너무 미적거린다는 생각이 드니 한마디 하신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한 줄 공약’으로 처음 등장했다.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얻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 출범 후 공약 이행 후순위로 밀렸다. 윤 대통령 취임 한 달 뒤 실시된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조속한 로드맵 마련을 지시했지만 여가부 폐지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다. 국회가 여소야대여서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쉽지 않다. 휘발성 강한 젠더 이슈로 전선이 그어지면서 여야 대치가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까지 논의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정부조직법은 타 부처, 특히 행정안전부로 모여서 여러 부처가 의견을 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가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