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변동금리, 고정금리와 '역전'.. 차주들 갈아탈까

유지혜 2022. 7.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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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형 상품 빅스텝 충격 그대로
산출 기준인 코픽스 금리 치솟아
고정형 지표금리 5년물은 하락
신한·하나 주담대 금리 속속 역전
전문가 "단기에는 고정금리 유리
중도상환수수료 고려 신중해야"
“1년 전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고정금리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몰랐어요.”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신혼집을 마련한 직장인 이모(29)씨는 “금리가 2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변동금리의 공포를 체감 중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씨의 신혼집은 4억원을 넘어 연 4%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안심전환대출’로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합쳐 부부가 함께 한 달에 지출하는 원리금이 300만원 가까이 된다”면서 “고정금리 전환을 위해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확대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주담대 변동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거나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변동형을 택한 차주들이 금리 인상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가운데 현재 20%에 가까운 고정금리 비중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연 4.31∼5.14%로 변동형(4.35∼5.40%)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 역시 변동형 금리가 4.923~6.223%로 고정형 금리(4.845~6.145%)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있지만, 격차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건 고정형·변동형 금리 산출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인 장·단기 금리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고정금리는 금융채 5년물,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영향을 받는데 장기금리가 다소 하락하고 코픽스는 크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채 5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직후 4%를 넘어서며 크게 올랐지만, 최근 0.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반면 코픽스는 지난달 2.38%로 전월보다 0.4%포인트 급등하며 코픽스 발표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13일 한은의 ‘빅스텝’(〃 0.50%포인트 인상)이 본격 반영되면 앞으로 변동금리 상승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리스크가 비용으로 금리에 반영되는 고정금리는 통상 변동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최근까지도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크게는 1%포인트 가까이 낮았기 때문에, 대출자들 입장에서는 대출 시점의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한국은행의 지난 5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은 77.7%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압도적으로 높은 변동금리 비율은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운용 측면에서도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하고, 주택금융공사의 50년 만기 초장기 고정금리상품을 출시하는 등 정책금융을 통해 변동금리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25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주택 담보 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현재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하는 차주들이 고정금리로 갈아탈 경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앞으로 3∼4년 금리가 계속 올라 10%까지 육박할 수 있다고 보면 단기적으로는 고정금리가 유리하다”면서도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생각해 대출금액과 기간을 잘 따져보고, 자금 여유가 있다면 대출금을 빨리 상환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장기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에 고정금리로 무조건 가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실제 전환 조건을 보고 차주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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