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弗에 녹는 금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영향
미 국채 수익률·달러 가치 상승
투자자, 금보다 미 국채로 쏠려
“수익률 낮지만 안정적” 의견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4개월 연속 하락을 앞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미 국채로 자금이 쏠리고, 달러 강세로 미국 외 투자자들에게 금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7월 들어 금 선물가격은 4.4% 떨어진 온스당 1727.4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4개월 연속 하락을 목전에 둔 것으로 2020년 11월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하락세다.
안전자산인 금은 통상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한 투자처로 분류되지만, 올해는 오히려 5.5%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미 연준이 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가파른 금리 인상이 미 국채 수익률을 높이고 달러 강세를 유발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에게 금은 국채와 비교하게 되는 투자처인데,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미 국채로 더 쏠린다는 것이다. 국채는 금과 비교해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도 미국 외 투자자들에게는 금값을 비싸게 만들어 투자처로서의 금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실제 금 선물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다소 완화된 지난주에는 1.4% 상승하기도 했다.
ETF(상장지수펀드) 투자회사 올드미션의 채권·통화·상품 부문 헤드인 앤드루 레카스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로서 기능하지 않는데 왜 내가 금을 보유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 선물 외에도 금을 채굴하는 회사의 주가도 내려가고 있다. 반에크 금광주 ETF는 이번달 들어 7.2% 떨어졌고, 금광회사 배릭 골드와 뉴몬트의 주가는 각각 13%, 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7% 오른 것과 대비된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2023년 6월의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1700달러에서 1650달러로 낮춰잡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으로 금값이 급등한 지난 3월과 비교하면 15%가량 하락한 지점이다.
SVB프라이빗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섀넌 사코시아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있지만 달러 강세는 여전하다. 이는 연말까지 금값이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이 온스당 1700달러 아래로 떨어져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금이 주식이나 채권보다 안정적이라며 금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한다. 골드 불리언 스트래터지 펀드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제이슨 티드는 “올해 금의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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