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교대조 늘리는데 정원은 안 는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업무가 가중된 현장 구급대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교대 근무체계를 정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규 인력이 아닌 화재진압대나 행정팀 등 조직 내 인력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소방본부는 서울 관내 161개 구급대 중 격무에 시달리는 15곳을 선정해 기존 3조 2교대 체제를 4조 2교대로 전환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구급대 1곳당 9명(3명씩 3조)이 편성돼 주야간 근무를 번갈아가며 하고 있는데, 이를 12명(3명씩 4조)으로 확대해 운영한다는 것이다. 서울소방본부는 구급대원 1인당 업무 부담이 줄어들어 시민들에게 좀 더 질 좋은 구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구급 출동은 구급차 1대당 연간 3344건이다. 이는 전국 평균인 1994건보다 약 1.7배 높은 수치다. 현재 서울 구급차 1대당 담당인구는 5만9730명으로 전국 1위다. 하루에 11건 이상 출동해 업무 부담이 높은 구급대 비율도 서울은 2019년 기준 21.9%로, 전국 평균(5.5%)의 4배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소방대원 전체 정원을 늘리지 않는 이상 이번 조치가 유의미한 대책이 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관내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신규 인력을 뽑는 게 아니라 (화재) 진압대 등 타 부서에서 사람을 데려와 채우는 식이기 때문에 어디선가는 결국 인력 유출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하반기 인사발령 시기(7월25일)에 맞춰 4조 2교대로 전환될 것이라는 애초 공지와 달리 현재 소속돼 있는 119안전센터에서는 재배치할 인력조차 없다는 이유로 기존 근무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4조 2교대로 전환되면 주말 24시간 당직 근무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대가 컸는데 정작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는 “격무 구급대로 선정한 15곳 중 10곳에는 인력 배치를 완료했고 나머지 5곳은 오는 10~11월 중 소방학교에서 신규 인력이 들어오는 대로 교대제 전환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직 내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한 부서가 있기 때문에 그곳 인력을 활용하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면서 “소방대원 전체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소방본부는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기존 7명 출동체계로 운영 중이던 14개 소방서의 구조대도 8명 출동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출동대를 대상으로 3조 1교대 근무체계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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