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지방공항에 거는 기대, 그리고 우려
[KBS 대구]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뉴스 시간입니다.
최근 포항공항이 '포항경주공항'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KTX 개통으로 이용객이 급감했던 포항공항이 '경주'를 이름에 넣어 관광객을 유인하겠다는 건데요.
김포 노선도 늘리고 공항과 경주 보문단지를 잇는 직통버스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국제선은 아예 없고 국내선도 하루 네 편에 불과한데요.
특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생기면 국제선 유치는 더 어렵고, 여객 수요 분산도 우려됩니다.
그렇다면 통합신공항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요?
지난 20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은 "통합신공항 조기 착공에 당 차원의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현실성에 의문이 듭니다.
정부가 국정과제에 4대 신공항 건설과 4대 공항 확장을 모두 포함 시켰기 때문입니다
4대 신공항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새만금 신공항, 제주 제2 공항, 가덕도 신공항이 포함됐고요.
무안, 청주, 서산, 울산공항은 확장이 추진됩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수요 분산으로 인한 '유령공항' 우려도 큰데요.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2020년 지방공항 14곳 중 13곳이 천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에도 대구, 제주, 김포, 김해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란 겁니다.
지방공항 만성 적자의 배경, '공항 포퓰리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역대 정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지역개발 사업으로 공항 건설을 약속해왔습니다.
철저한 경제성 평가나 정확한 수요 예측보다는 선심성 공약의 결과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구·경북에서는 예천공항이 1989년 민간공항으로 문을 열었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다 2004년 간판을 떼고 군 시설에 편입됐고요.
1996년 추진된 울진공항은 취항 항공사를 찾지 못하고 개항을 미루다 비행훈련센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요 없이 우후죽순 생긴 공항에 혈세만 낭비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중심 수요 예측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 항공망 네트워크 관점에서의 예측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또 지역 간 유치 경쟁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 검증을 포함한 '국책사업위원회'를 운영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교통연구원은 기존 공항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먼저, 공항복합도시 등 주변 지역을 관광이나 비즈니스 허브 등으로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공항 사업 재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도 호주 멜버른, 영국 히드로 공항은 제3 활주로 건설 등에 공항 운영자인 민간에서 100% 재원을 마련했고요.
미국이나 일본도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비율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공항의 재무건전성도 높이고 다양한 주체의 책임과 역할을 공유하는 겁니다.
공항을 지으려면 막대한 예산뿐만 아니라 십수 년의 시간과 주민 피해 등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그만큼 공항은 선거 때마다 지지에 대한 선물처럼 짓고, 파리만 날리다 몇 년 뒤 문 닫으면 되는 사업이 아니란 겁니다.
지을 때부터 철저한 수요 조사와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고요.
지어진 뒤에도 모든 주체가 함께, 공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오아영입니다.
그래픽:김현정
오아영 기자 (ayo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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