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시장님이 답" 서울도시가스 노조 호소에..吳 "최대한 도와드리겠다"
오세훈 서울시장, 약 1시간 면담에서 "여러분들 억울한 일 없도록 조치하겠다"
국내 대학 총장·부총장들과의 청년 창업 등 관련 정책 논의 자리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시간에 걸친 정책 협의회를 마친 후, ‘제대로 된 인건비 지급’을 촉구하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10여명을 현장에서 만나 1시간 정도 면담을 진행한 끝에 점검원들에게 억울한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오 시장은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에서 열린 ‘제12회 캠퍼스타운 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국내 36개 대학 총장·부총장들과 청년 창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캠퍼스타운 발전방안을 논의했으며,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총장 등이 함께했다.
현장에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온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과 인건비의 제대로 된 지급을 촉구하는 점검원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도 모였다. 이들은 행사 참석을 위해 총장들이 SK미래관 건물에 들어설 때마다 ‘진짜 사장 총장님이 생활임금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쳤고, 점검원들도 도시가스 공급사가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게 서울시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오 시장은 정책 협의회가 끝난 후 현장에 있던 서울도시가스분회 조합원 1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물가가 오른 만큼 그 이상으로 여러분의 급여가 올라갈 수 있게 도와드리는 입장에서 중재하겠다”며 “제가 드릴 수 있는 약속은 거기까지다”라고 밝혔다. 시가 산정한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100% 지급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임금이 삭감됐다는 조합원들의 주장에는 “회계사에 의뢰를 해서 결론을 보고 논의를 하자”며 “아직 결론이 나지도 않았는데 이분이 일을 처리하면 그것도 잘못 처리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과 함께 동석한 서울시 담당자를 가리켰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지구를 살리는 패션쇼’에 참석했다가 현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도시가스분회 조합원들을 만나 인건비가 제대로 집행되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서울시가 산정하고 도시가스업체가 보내온 임금을 중간 위탁업체(고객센터)가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며, 노조는 기본급 차액을 월 7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날 자리에서도 같은 요구가 제기되자, 오 시장은 “법을 개정하는 권한이 저희에게 있지 않다”며 “(사업 구조가) 두 단계, 세 단계로 내려가면 중간에서 돈이 샐 수밖에 없고 그런 구조적 모순 때문에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조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물가가 많이 올라 더 도와드릴 수 있도록 담당 부서에 지침을 내리겠다”며 “그런 기준으로 이들(담당자들)이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요구안을 오 시장에게 대표로 전달한 김윤숙 도시가스분회 분회장은 “시장님은 신입 직원과 급여가 다르지 않느냐”면서, “저는 17년 일을 하고도 지난 6월에 들어온 신입과 급여를 똑같게 받는다”고 주장했다. 김 분회장은 “지난해 오세훈 시장님이 오셨을 때 기대가 컸다”며 “(그런데 시장님께서는) ‘우리는 권한이 없다’고 그러시는데, 저희는 시장님이 답”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화 창구 역할을 해온 서울시 담당 직원이 여러 명 바뀔 동안 달라진 게 없다는 이유에서 “사측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답답하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현장에서는 ‘공무원이 주라고 하면 주겠다는 말을 센터에서 듣는다’며, 서울시가 공급사에 강력한 권고안을 전달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 시장은 “시원하게 약속하라고 하면 저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약속해서 법령에 어긋나면 (오히려 일을) 못한다”며 “그렇게 처신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여러분께서 무엇이 고통스럽고 억울한지 말씀하셨다”며 “공공에서도 법령 이상의 개입을 하면 규정 위반이니 이분(담당자)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현장에서 나온 ‘약자와의 동행이라면서요’라는 분통에는 “원하는 것을 안 해줬다고 해서 약자와의 동행이 아니라고 하시면 곤란하다”며 “전임 시장을 언급하시는데 (그러면) 그때(전임 시장 때) 제도를 바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그렇게 비교하시면 안 되고 그건 너무 감정적인 것”이라면서도 “최대한 도와드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가 지시를 했으니 담당 공무원과 대화를 자주 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아가 “서울시와 이렇게 연결된 조직이 수백, 수천개”라며 “현장에 오셔서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시면 서울시장으로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도 되물었다. 이어진 “‘시장 일하는 거 방해하면 뭔가 들어주겠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시면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오 시장 당부에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저희는 방해할 생각이 없다”며 “할 수 있는 만큼의 권고를 서울시가 공급사에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해줘야 하는데 안 해 준다”며 “오죽하면 담당과가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을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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