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헌 선브레이크 "이 재미있는 걸 안 해?"

김영찬 객원기자 2022. 7. 2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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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헌터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 G급 확장팩

몬스터 헌터 라이즈: 선브레이크 공식 트레일러

"이건 놓칠 수 없지"

몬스터헌터 라이즈 선브레이크(이하 선브레이크)를 본 첫인상이다. 누군가에게 게임을 권유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이번에는 "같이 할래? 진짜 재밌어 보여"라며 적극적인 홍보 활동도 펼쳤다.

몬스터헌터는 기자의 인생 게임이다. 2018년 출시된 '몬스터헌터: 월드'는 절정을 찍은 작품이었고 월드와 아이스본을 뛰어넘는 몬스터헌터는 한동안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수많은 신작들과 업데이트 출시로 바빠진 일상은 기자와 헌팅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벌렸다. 영원할 줄 알았던 헌팅의 재미도 기억의 한 부분으로만 남게 됐다.

어느덧 1년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사실 몬스터헌터 라이즈의 출시 소식도 건너 들었지만 트레일러를 봤는데도 그리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월드에 비해 일본풍이 강한 탓에 '그래봤자 월드보다 못하겠지'라는 편견에 갇혔고 '조만간 즐겨야지'라며 미뤘다.

어느날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선브레이크 트레일러를 봤다. 기존 작품에서 등장했던 '고어마가라', '셀레기오스', '라이젝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누군가가 "당장 돌아와서 마을을 지켜주세요", "이제는 시작할 때야"라고 외치는 느낌을 받았다. 꺼져있던 헌팅의 의욕이 솟구쳐 올라 선브레이크 합본팩 구매 버튼을 고민 없이 클릭했다.

결과적으로 "이것 왜 놓치고 있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물론, 월드를 뛰어넘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월드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기자의 권유로 시작한 지인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느꼈다. 몬스터 헌터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 웅장함을 자랑하는 고어마가라의 몬스터 등장 컷 인
- 고어마가라와 다른 느낌인 에스피나스의 몬스터 등장 컷 인

 

■ 한층 다채로워진 전투와 무기 기술

이번 선브레이크에서도 역시 새로운 몬스터들의 강화된 패턴과 신규 벌레 철사 기술 추가로 좀 더 다채로운 전투가 가능해졌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신속 교체 시스템이다. 헌터가 미리 기술을 설정하고 전투 중에 기술을 변경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수렵을 하는 것은 굉장히 재밌는 경험이었다.

다양한 무기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린 기술 추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시원하게 몬스터에게 돌진하는 쌍검의 나선참, 순식간에 뛰어들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상식을 벗어난 건랜스의 풀 불릿 파이어 등 무기별로 라이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유저에게 주지 못했던 경험을 주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느껴졌다. 다양한 벌레 철사 기술 조합으로 자신만의 운영법을 찾는 것이 선브레이크의 핵심이다.

- 태도 메인 기술인 '간파 베기'

 

다만, 태도의 경우 기존 운영과 추가된 신규 기술 사이에 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워낙 라이즈에서 성능이 좋았던 터라 성능이 하향된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코팅을 쌓기 위해 밧줄벌레를 소모했는데 공격이 녹록치 않았다. 원월의 경우 밧줄벌레를 2개 소모했는 데도 쿨타임이 길고 리스크도 커서 이것을 활용하라고 만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헌터라면 활용법이 다양하겠지만 평범한 헌터는 신규 기술들을 사용할 때 기존 운영만큼 매끄럽게 연계되는 긍정적인 경험을 느끼긴 어려워 보인다.

새로 참전한 몬스터들의 패턴도 굉장히 다채로워서 공략하는 맛이 있다. 전체적으로 빨라진 템포의 패턴과 피격당했을 때 데미지가 아프게 들어오긴 하지만 그만큼 공략했을 때 성취감이 컸다. 단순히 처음부터 끝까지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닌 점차 난이도가 상승하여 유저에게 성장 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음을 알 수 있었다.

헌터를 위협하기만 하는 수준을 넘어서 몬스터의 외형과 공략을 시작하면 흘러나오는 BGM 이 두가지가 잘 어우러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테마에 맞는 몬스터를 공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중 1위를 뽑자면 당연히 멜-제나였다. 

흡혈귀를 소재로 한 멜-제나는 흡혈귀의 박쥐 대신 큐리아와 공생한다는 설정으로 페이즈가 변환되면 날개를 망토처럼 두르고 혈기 활성 상태에 들어간다. 팔과 가슴에 붉은빛을 두르고 더욱 맹렬하게 헌터를 공격해오며 동시에 흘러나오는 BGM은 마치 오래된 고성에서 흡혈귀와 마지막 전투를 펼치는 듯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 뻔한 스토리지만 발전한 연출 '맹우 퀘스트'

몬스터헌터의 스토리는 늘 구작과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선브레이크도 생태계의 변화를 주는 특수한 개체의 등장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몬스터를 마주하거나 무언가 목적을 가진 몬스터가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때 헌터는 그 원인을 파악하고 흑막을 제거해 마을에 평화를 가져와 준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대부분 헌터들은 몬스터와의 전투에만 집중할 뿐 스토리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지만 선브레이크에서는 발전한 연출력으로 단순히 몬스터를 공략만 하는 것이 아닌 연출과 컷 신을 통해 NPC와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 몬스터가 어떻게 등장하게 됐는지 왜 물리쳐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가장 몰입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특히 큐리아와 멜-제나의 공생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큐리아에게 기생 당해 광폭해지는 몬스터들과 멜-제나 등장 이전에 루나가론과의 전투를 통해 분위기를 세팅하고 루나가론 토벌 후 컷 신에서 등장하는 멜-제나와 큐리아는 "과연 쟤를 잡을 수 있을까"라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 처음에는 헌팅 시도조차 두려운 포스를 자랑한 멜-제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뻔한 스토리가 뻔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구작부터 이어져 온 평범한 스토리에 변화가 없는 것은 스토리 하나로 웃고 울기도 하는 유저들에게는 매번 실망할 요소인 것은 맞으나 몬스터 헌터는 여전히 스토리보다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발전한 연출력으로 여러 이해관계와 몬스터의 설정 등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것이 몬스터 헌터와 플레이어 모두 '몬헌스러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브레이크에서 추가된 맹우 퀘스트는 스토리에 등장했던 카무라 마을과 엘가도의 NPC들과 함께 수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통 NPC들과 무언가를 진행하면 낮은 AI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준수한 AI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위험한 상황에 광역화 스킬을 가진 NPC가 회복을 해주기도 하고 설정한 무기에 따라 부위 파괴나 대경직을 걸어 주기도 하며 같은 맵에 있는 몬스터를 용조종으로 끌고 와서 전투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한다. 월드의 아이루보다 한층 진화한 느낌이다. 또한, 맹우 퀘스트를 진행하면 보상으로 왕국기사단 장비를 해금할 수 있다. 방어구는 다른 장비들과 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도 있고 무기는 종결급 성능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 나름 도움이 됐다.

- 원하는 NPC를 설정할 수 있고 무기도 변경할 수 있다

 

■ 아쉬움 많은 '백룡 야행' 그리고 '괴이화'

선브레이크를 출시일과 동시에 즐기기 위해선 라이즈 콘텐츠 분량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백룡 야행은 지금까지 몬스터 헌터의 경험 중 최악이었다. 포탑을 짓고 관문을 막아내는 디펜스 콘텐츠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선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몬스터와 목숨을 건 1대1 전투에서 주는 긴장감과 패턴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하고 내 공격을 적중시켜 수렵에 성공했을 때 비로소 몬스터 헌터라는 게임의 재미가 증폭되는 것인데 백룡 야행은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함을 전혀 못 느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기본적으로 진행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포탑에 탑승한 상태로 다수의 몬스터에게 피격당하고 날아가고 떨어지기를 반복할 뿐이라 지루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게다가 라이즈의 최종보스 중에 하나로 등장한 풍신룡 이부시마키히코는 이름에 걸맞게 바람을 다루는데 포탑을 탄상태로 피격당하고 공중에 떠다니기만을 반복하니까 해당 몬스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없어 최악의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 가드가 존재하지만 유의미한 성능을 보여주지 않았다

원하는 무기가 나올 때까지 기약 없이 콘텐츠를 반복해야 했던 월드의 맘-타로트와 지루함의 끝이었던 아이스본의 인도하는 땅을 거쳐서 나온 결과물이 백룡 야행이라는 것에 적잖은 충격이 있었다. 그래서 선브레이크에서도 이런 콘텐츠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생겼다. 

다행히도 선브레이크에서는 백룡 야행과 같은 콘텐츠를 담아내지 않았다. 중반부 정도 진행하면 스토리 상으로 더 이상 헌터가 백룡 야행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직감되는데, 그때 정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예상 밖의 난이도로 당황시킨 '괴이화 토비카가치'

선브레이크에서는 백룡 야행이 삭제된 대신 괴이화가 추가됐다. 스토리상 숙주를 잃은 공생충 큐리아가 몬스터들에게 기생하여 흉포해진 상태의 몬스터를 수렵하는 콘텐츠다. 10레어도 무기에 사용되는 "괴이화된 XX"라는 공통 소재를 주기 때문에 꼭 진행해야 한다. 백룡 야행이 워낙 호불호가 심한 콘텐츠였기 때문에 몬스터와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등장한 것은 희소식이었다.

괴이화가 백룡 야행처럼 지루하진 않지만 단점이 없진 않았다. 마스터 랭크 몬스터보다 체력 수치가 비약적으로 높고 한 대만 맞아도 빈사에 가까운 체력이 되기 때문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초보자 입장에선 여기서 진입장벽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큐리아가 기생 중인 부위가 시각적으로 표시가 되고 그 부위를 모두 공략하면 괴이화가 일시적으로 풀리는 기믹이 존재하지만 중간 단계 없이 난이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한 몬스터 헌터

■ 희석되지 않은 몬스터헌터의 '오리지널리티'

선브레이크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다. 몬스터헌터는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조금씩 변화해왔다. 캡콤은 초기 작품부터 지속됐던 불편함도 "이게 몬스터 헌터지"라는 문구 하나로 감수시키며 게임을 출시해 왔지만 그 불편함에 대한 반발이 심하자 뜻을 굽히고 월드에 와서는 그 불편함을 대폭 해소했다.

기존 시리즈를 모두 경험한 유저가 월드를 하면 정보 습득에서 "굉장히 쉬워졌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몬스터 헌터의 핵심 재미였던 채비의 과정, 소모품과 장비를 준비하며 수렵에 들어가 몬스터를 찾고 약점이 어디인지 언제쯤 포획이 가능한지 등 모든 정보는 헌터가 직접 부딪히며 알아냈어야 했지만, 월드부터는 그런 채비의 과정을 과감하게 편의성의 일환으로 변화시켰다.

물론 초기작부터 몬스터 헌터를 즐겨온 유저들은 너무 편해진 지금 작품들을 보고 "이건 내가 알던 몬스터 헌터가 아닌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캡콤은 계속 과감하게 시도했고 그 결과 월드에서 많은 유저를 흡수하며 1000만 장 이상 판매하는 업적을 세웠다.

중요한 것은 월드에서 안주하지 않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넘나들며 계속해서 진입장벽을 낮춰 유저층을 확장시켰고 그 노력이 라이즈에서 빛을 발하니까 다음 신작이 더 기대가 됐다. 탈것 '가루크'가 추가된 것, 채집은 대기시간 없이 이동하면서도 할 수 있게 된 것, 인혼조를 통해 월드를 돌아다니며 체력과 스태미나,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릴 수 있게 된 것, 전투 중 난입한 다른 몬스터를 이용해 공략하는 방식 등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이 오로지 헌터들을 수렵에만 매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도였다. 그 과정에서 백룡 야행 같은 기괴한 컨텐츠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선브레이크를 즐기면서 헌터들이 한층 다채로운 헌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액션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설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라이즈의 단점들을 수정하고 신규 기술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구작의 몬스터들로 플레이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래 이것도 몬스터 헌터지"라는 소감을 남길 수 있게 만든 성공적인 G급 확장팩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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