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경찰' 통제 필요성에도..장관 '거친 리더십'에 반발 확산

박형윤·강동헌·박신원 기자 2022. 7. 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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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신설' 강대강 대치
행안부 밀어붙이기 정책 집행에
'경찰국 신설 반대' 여론 더 커져
전문가들 "설득하는 과정 부족
협의체 구성해 적극 소통해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찰국 신설 및 최근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의 반발은 15일 경찰제도 개선 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잦아드는 듯했다. 정부의 통제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경찰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의 ‘당근책’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도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 처리를 위해 차관 회의와 법제처 검토 등을 속전속결로 진행했으나 국무회의 의결을 눈앞에 두고 총경들의 집단행동이라는 암초를 만나 법·절차 문제가 재점화하는 형국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권한이 막강해진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사태가 악화한 데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거친 리더십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면 보다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통해 현장의 지지를 이끌어냈어야 함에도 이 장관은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취임 일성으로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을 때 대다수 국민들도 이에 대해 공감을 보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반대에도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적인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등 경찰의 수사 권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직후 작성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조차 “경찰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적시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미온적 수사, 경찰의 김기현 울신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폭행 사건 내사 종결 등은 경찰 통제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경찰 통제 방안으로 경찰국 신설 카드를 꺼내고 이를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충분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경찰제도개선위원회를 꾸려 경찰국 신설을 도출했다고 반박했지만 위원회는 출범부터 ‘친검찰’ 인사 편향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경찰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만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제도적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다. 특히 경찰국 신설 등을 위한 입법 예고 기간을 당초 40일에서 4일로 단축해 여론 수렴 기간을 사실상 대폭 축소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속도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여론조사에서도 경찰국 신설에 대한 민심의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찬성보다 6.7%포인트 앞섰지만 이달 초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찬반 격차가 10%포인트를 넘어섰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하락한 현재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설득 과정이 너무 부족했다”면서 “반발이 있으면 경찰 통제 필요성과 경찰국 신설 이유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장관의 고압적인 리더십도 경찰의 반발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와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경찰서장의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앞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에 대해 “한가한 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폄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장관의 거친 언행과 밀어붙이기 식의 정책 집행이 경찰국 신설 반대 여론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40일 넘게 걸리는 여론 수렴 과정을 이틀로 축소하고 삭발이나 단식 등 목숨을 걸고 하는 반대를 ‘쿠데타’라고 폄훼하는 태도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교수도 “경찰은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내는 집단”이라며 “경찰이 ‘나도 직위 해제 해달라’고 반발하는 상황까지 온 것은 상황이 심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경찰국 신설을 잠정 유보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경찰과의 소통에 나서는 등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경찰 통제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윤호 교수는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기 보다는 치안 정책 등을 심의하는 기존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고 실질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봄 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창민 민변 사법센터 소속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은 자신의 권한으로 경찰위원회를 실질화시켜야 하는 것이지 경찰권 통제의 명분으로 자신의 권한을 강화시켜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권도 이념·진영 논리로 나뉘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형윤·강동헌·박신원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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