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발레의 '별' 박세은 "지금 가장 좋은 춤이 나와요"

임석규 2022. 7. 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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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세은]
준단원 10년 만에 최고 '에투알'
승급 뒤 동료들과 첫 내한 공연
박세은. 박세은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프랑스 발레는 춤을 추다 보면 심정지가 올 정도예요. 굉장히 어렵고 힘들어요. 그토록 어려운 춤을 쉽게 풀어내서 관객들에게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여주는 게 프랑스 발레라고 하죠. 오래전부터 이런 춤을 한국에서 보여줄 날을 꿈꿔왔는데, 이번에 공연하게 되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발레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세은(왼쪽)와 동료 폴 마르크. 롯데콘서트홀 제공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수석무용수 박세은(33)이 지난해 수석무용수(에투알) 승급 이후 처음으로 고국의 관객과 만난다. 오는 28~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 공연이 그 무대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핵심 무용수들과 함께 프랑스 발레의 정수를 선보인다. 박세은은 2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용덕관 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에투알 승급 이후 국내 관객들과 대면하는 기대와 설렘을 내비쳤다.

공연하고 있는 박세은과 동료 폴 마르크. 박세은 인스타그램 갈무리

발레 애호가였던 ‘태양왕 루이 14세’ 시절 창설된 프랑스 오페라 발레단은 35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박세은 이전, 수석무용수 자리에 오른 동양인은 전무했다. 별을 뜻하는 ‘에투알’(étoile)은 프랑스에서 최고의 발레 무용수를 상징하는 용어. 이 발레단은 외국인 단원 비중이 5%에 불과하며, 에투알은 단원 150명 가운데 15명 안팎이다. 카드리유, 코리페, 쉬제, 프르미에르 당쇠즈 등 엄격한 4단계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에투알에 오를 수 있다. 박세은은 이날 “프랑스 발레는 굉장히 어렵고 힘들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심장이 멎을 정도’란 그의 말에서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지 10년 만에 빛나는 별이 되어 ‘금의환향’하기까지, 그가 감내해야 했을 각고의 분투가 엿보인다.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발레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세은(가운데)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리오넬 들라노에 발레마스터와 동료 폴 마르크(맨 왼쪽). 롯데콘서트홀 제공

“‘내가 이렇게 잘하는데 왜 나를 알아주지 않느냐’고 탓하지는 않았어요. 그곳, 프랑스 사람들이 추는 춤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래서 이걸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는 “제가 꾸준히 해나갈 때 저를 인정해주고 제 춤을 좋아해주는 관객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제가 변화해나가는 게 좋았다”며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이 지나자, 몸이 적응하고 표현력은 풍부해져서 어려운 동작도 쉽게 표현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리오넬 들라노에 발레마스터는 “박세은을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달랐다. 보통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차례 승급 시험을 거쳐 에투알에 오른 건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박세은이 고국에 꼭 소개하고 싶은 파리 오페라 발레의 작품을 고른 뒤 발레단에서 그 춤을 출 수 있는 무용수들을 섭외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가 단독으로, 또는 파트너와 함께 국내 무대에 오른 적은 있지만, 발레단 동료들과 단체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투알 5명과 프르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 3명 등 무용수 10명과 피아니스트, 발레마스터까지 모두 12명이 내한했다.

기자간담회 직후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2인무 ‘발코니 파드되’를 시연하고 있는 박세은과 폴 마르크. 롯데콘서트홀 제공

공연 프로그램은 고전과 현대 작품을 아우른다.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파드되(2인무), 롤랑 프티 안무 ‘랑데부’, 게오르게 발란친 안무 ‘한여름밤의 꿈’의 디베르티스망 파드되, 제롬 로빈스 안무 ‘인 더 나이트’, 앨리스터 매리엇 안무 ‘달빛’, 크리스토퍼 윌던 ‘애프터 더 레인’ 등이다. 박세은은 이 중에서도 국내 관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인 더 나이트’를 꼽았다. “객석에서 처음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이게 바로 프랑스 춤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쇼팽의 음악이 이 프랑스 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레퍼토리인 ‘인 더 나이트’는 쇼팽의 ‘녹턴’(Op.27 No.1, Op.55 No.1·2, Op.9 No.2)에 맞춘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난해 6월10일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에투알로 지명됐을 때 공연했던 작품이니, 박세은에겐 의미가 각별하다. 당시 파트너였던 폴 마르크가 이번 공연에도 함께한다. 두 사람은 이날 기자간담회 직후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2인무 ‘발코니 파드되’를 시연했다. 박세은은 “이 작품을 하면 다리가 후들후들한다. 조금만 해도 땀에 다 젖을 정도로 힘이 드는데, 관객들에겐 힘들지 않게 보이도록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자간담회 직후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2인무 ‘발코니 파드되’를 시연하고 있는 박세은과 폴 마르크. 롯데콘서트홀 제공
기자간담회 직후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2인무 ‘발코니 파드되’를 시연하고 있는 박세은과 폴 마르크. 롯데콘서트홀 제공

“이번 서울 공연이 시즌을 정리하는 마무리 무대인데, 지금쯤이면 몸이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지쳤을 때 가장 좋은 춤이 나와요.” 박세은은 “프랑스 발레는 테크닉뿐만 아니라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해야 해서 엘레강스(우아함)와 정확성, 섬세함과 세련됨에 더해 극적 요소까지 필요하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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