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아내에게 줬다가 아들에게 줬다가 '오락가락'..치매 환자가 남긴 유언장 효력은?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7월25일(월) 17:50~18:25 KBS2
■ 출연자 : 이지훈 변호사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0725&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코너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녹취]
"여기가 어디야..."

[앵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익숙했던 공간과 시간, 사람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 상황, 치매 환자들의 일상일 겁니다. 내 의지대로 재산 관리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상속을 둘러싼 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 방지하기 위해서 이지훈 변호사와 법적인 쟁점, 대비책 알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답변]
안녕하십니까?

[앵커]
부모 재산 둘러싼 형제의 난이라는 게 꼭 재벌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거 아마 더 많이 실감하실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재산의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그런 일들은 많이 발생하고 있고요.

[앵커]
특히나 고령화 사회라서 치매를 앓는 분들도 많고. 그러면 더 상황이 복잡해지지 않나요?

[답변]
고령화 사회로 부모님이 치매를 앓게 되면 중재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자녀들 간의 분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앵커]
주로 어떤 사건들 많이 의뢰를 받으세요?

[답변]
보통은 치매 걸린 부모님의 통장에서 돈을 마음대로 인출해서 쓴다거나 아니면 노령연금을 본인이 쓴다거나 더 심한 경우는 부모님의 재산을 처분하는, 부동산을 처분하는 그런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건 일종의 횡령 이런 거 아닙니까?

[답변]
사실 횡령이나 배임이 될 소지가 충분히 있고요. 이게 친족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는 받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서 치매가 걸린 부모님의 재산을 쓸 때는요, 어디다 썼는지 영수증이랑 사용내역 그것을 충분히 자료를 증빙해놓는 게 좋습니다.

[앵커]
상속 분쟁 시 가장 중요한 효력을 발휘하는 게 그래도 유언장이잖아요. 치매 걸린 분들은 인지능력이 아무래도 조금 떨어지니까 그런 분들이 쓴 유언장도 효력을 가질까 하는 궁금증이 들긴 하는데 어떻습니까?

[답변]
우리가 치매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그분의 모든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인지능력이 얼마나 있었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인지능력이 어느 정도 됐느냐를 어떻게 판단을 하죠? 어떤 기준으로?

[답변]
그거는 가장 중요한 거는 이분이 신경 정신과적인 관점에서 인지능력이 있냐를 판단하게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는. 그런데 구체적인 행위에 따라서 그때 있었냐 없었냐를 판단해야 됩니다.

[앵커]
그렇게 유언장을 놓고 벌어진 가족 간의 분쟁 사례, 실제 사례 보신 것 있으세요?

[답변]
그런 일들이 실제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사례를 한번 보시겠습니다. 이분이요, 1996년에 유언장을 작성해요. 전 재산을 장남에게 준다라는 유언장이에요. 그리고 그다음 번에 이분이 또 유언장을 작성합니다. 이번에는 2003년에 전 재산을 아내에게 준다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요.

[앵커]
그런데 잠시만요. 그 사이에 2000년에 치매 판정을 받으셨군요, 이분이.

[답변]
네, 2000년에 치매 판정을 받았죠. 그런데 2003년에 다시 유언장을 작성한 거예요. 그리고 또 한 번 유언장을 작성하는데요. 이번에는 2007년에 전 재산을 아내와 장남을 뺀 자녀에게 나눠준다라고 작성한 거예요. 그러면 세 가지 유언장이 존재하잖아요. 그러면 여기서 마지막 유언장에 효력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 유언장이 2007년에 작성이 됐는데 2000년에 치매 판정받은 것이 어떤 영향이 있느냐를 따져봐야 되는 거죠. 그래서 이게 재판 소송으로 가게 된 거예요.

[앵커]
아내하고 장남. 장남이 소송을 제기했나요?

[답변]
그렇죠. 아내와 장남이 소송을 제기하고 상속을 받지 못하게 된 다른 자녀들을 대상으로 분쟁이 발생한 건데요. 이 유언장에 대해서 1심에서는 효력을 인정했어요. 그 말은 이분이 당시 유언을 할 때 인지능력이 있었다라고 판단한 거였죠. 그런데 2심은 반대로 유언할 때 인지능력이 없었다고 판단을 한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3심에서는 다시 1심을 인정해서 효력이 있었다 인정이 된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장남과 아내는 제외하고 나머지 자녀들만 상속을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 거예요.

[앵커]
이렇게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거는 치매라는 질환이 호전이 됐다가 악화됐다가 이게 좀 반복이 되는 그런 특성 때문일까요?

[답변]
그렇죠. 치매가 판정됐다고 해서 이분이 항상 인지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제한됐다가 다시 원래대로 인지능력이 있다가 하기 때문에 판단이 이렇게 달라지는 결과가 발생하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아내하고 장남은 아무것도 못 받는 겁니까?

[답변]
사실 유류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유언장으로도 그 유류분을 침해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이분들은 유류분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앵커]
물론 긴 병에 효자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치매 부모를 돌보는 자식들 중에서 특히나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분이 계시잖아요, 가끔. 그런 분들은 내가 아무래도 많이 기여를 했으니까 나는 좀 더 재산 많이 돌려줘. 이렇게 요구할 수 있는 그런 권한 같은 게 있습니까?

[답변]
만약에 이 사례에서 장남이 부모님을 모셨다. 치매 걸린 아버지를 모셨다고 하면 자신의 특별기여를 주장하면서 상속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건데요. 특별기여분이라는 게 굉장히 인정되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자식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그래서 내가 부모님을 모셨다, 간병했다 그 정도만으로는 특별기여가 인정되기 어렵고요. 보통 재산적 기여가 있을 때 특별기여분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앵커]
그러나 특별기여분을 인정받기는 굉장히 까다롭다?

[답변]
굉장히 희생의 정도가 부양의무를 초과하는 정도까지 이르러야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것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앵커]
이렇게 치매 부부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분쟁을 겪다 보면 가족이 아닌 제3의 묘령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경우 간혹 있잖아요. 제가 너무 드라마를 많이 봐서 드리는 질문일까요?

[답변]
실제로도 그런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사례는 원래 가족이 아니었던 사람이 가족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혼인밖에 없거든요. 사례를 한번 보시면 이 할아버지께서 치매를 앓으셨어요. 그래서 2012년 4월에 치매 판정을 받습니다. 그럼 누군가 간병을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알고 있던 지인분이, 지인 여성분이 간병을 해 줬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이 간병을 하시던 분이 혼인신고를 하게 돼요. 그래서 2012년 10월에 혼인신고를 해요. 물론 이분을 모시고 가서 했죠. 그런데 혼인신고로 인해서 그리고 이분이 사망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이분이 배우자가 되기 때문에, 법률상 배우자. 그래서 상속이 발생하는 거죠. 그럼 이분의 모든 재산은 자녀가 없다면 배우자에게 상속이 돼 버리게 되는 거죠.

[앵커]
다른 가족들이 가만히 안 있었을 거 같은데요.

[답변]
그런데 이 사례에서는 안타깝게도 자식들은 없었고요. 조카들이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조카들이 이 혼인은 무효다, 무효소송을 제기하게 됐고요. 법원에서는 이분이 인지능력이 있냐 없냐를 따졌고요.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 혼인할 의사가 없었다 판단해서 혼인 자체가 무효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앵커]
정말 이렇게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분쟁들. 미연에 방지하려면 활용할 수 있는 제도 같은 게 있습니까?

[답변]
노령이나 질환 등으로 인해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성인인 경우에. 그런 경우에 우리가 성년후견제도라는 것으로 보호를 해 주고 있습니다. 정신적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 법에서 후견인을 둬서 보호를 해 주는 거예요.

[앵커]
후견인은 어떤 권한을 갖게 돼요?

[답변]
후견인은 두 가지 권한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재산을 관리하고요. 그다음에 그분의 신상을 보호해 주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산 관리, 여기서 재산 관리라고 하면 아까와 같은 그런 사례. 재산을 인출해갈 수 없는, 일정 금액 이상을. 그런 역할을 하고요. 법률행위를 대리하거나 주거 확보, 의료와 재활, 교육 그런 역할도 합니다.

[앵커]
여러 가지 권한을 갖게 되는데 서로 후견하겠다고 형제들끼리 또 다투거나 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때 누가 지정을 해 줍니까?

[답변]
그런 경우에는 가족들 간 다툼이 있으면 법원에서 가장 공정하게 피후견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세워줍니다.

[앵커]
어쨌든 성년후견인제도라는 거 민법에서도 굉장히 특수한 분야라 예기치 못한 변수들도 생길 수 있으니까 전문가와 상담을 한 후에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지혜롭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지훈 변호사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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