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경찰회의 주도그룹 하나회에 빗대.. "특정세력 감찰로 드러날 것"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경찰서장 회의를 특정 세력이 주도한다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빗댔다. 이 장관은 회의 주도 세력에 대해 “짐작 가는 것은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앞서 이 장관은 이달 초에도 경찰국 반대 단식·릴레이 삭발을 한 경찰 직장협의회에 대해 “야당의 주장에 편승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경찰서장 회의를 위법 행위로 해석함에 따라 징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번 경찰서장 회의나 경감 이하 직급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며 “하나회가 바로 그렇게 출발했고, 12·12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특정 그룹의 성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경찰대 출신인데, 경찰대 출신이라는 뜻이냐’는 질의에 “저도 파악은 못 했지만 총경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한번 쭉 보면, 대충 언론에 언급되는 분들은 다 특정 출신이더라”라며 “‘과연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 합리적인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이뤄진 대정부질문에서도 ‘특정 출신’에 대해 “짐작가는 것은 있다”고만 했다. 이 장관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질의에서 회의 주도 그룹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언론 취재나 경찰 내부 감찰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달 초 경찰 직장협의회의 반발도 정치적 행위라고 해석한 바 있다. 경찰 노조 격인 경찰 직협이 당시 단식·릴레이 삭발을 하며 경찰국에 반대하자 이 장관은 “일부 야당의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정치적 행위”라며 “일부 정치 세력이 주장하는 데 편승하는 주장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당시 직협이 경찰을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직협과 소통을 거부하고, 각 지역 경찰서 등을 돌며 경찰제도개선안에 대한 여론을 들었다.

경찰의 잇단 경찰국 설치 반발에 대해 이 장관이 ‘정치적 행위’ ‘특정 그룹’으로 표현한 것은 반대 여론을 일부 정치 세력의 움직임으로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장관은 무기를 가질 수 있는 경찰이 명령에 불복종해 모인 점을 지적하며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그 후속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형사처벌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징계 차원이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사안으로 경찰공무원법은 2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경찰공무원법 37조 4항은 경찰이 집단 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장관은 경찰서장 회의가 평검사·검사장 회의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지적에는 “평검사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고 평검사들이 소속 검찰청의 의사 전달 역할만을 수행했으나, 이번 총경회의는 강제력과 물리력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지역의 치안책임자들이 지역을 이탈해 모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찰 지도부가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적법한 직무 명령에 불복종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대정부질문에서도 검찰의 과거 집단행동과 경찰 사례는 다르다고 밝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을 물러나라고 했던 검찰의 집단행동은 적법한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이번 경찰 서장 회의는) 그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이 ‘쿠데타, 즉 내란에 비유했는데 내란이 성립하려면 내란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제가 내란이란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며 “제가 말씀드린 것은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쿠데타가 내란’이라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조금 다르다”고 반박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