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낙수효과 vs 대기업 배불리기.."투자엔 '규제완화'가 더"
이명철 2022. 7. 25. 18:00
세제개편안, 법인세 최고세율 낮추고 과표구간 개편
"투자 증가 효과 실증 없어" vs "낙수효과 나타날 것"
전문가들 "기업 규제 개선·노동 유연성 정책도 시급"
◇법인세 인하 두고 ‘대기업 감세’ 논쟁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4단계에서 2~3단계로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지난달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던 내용이기도 하다.
법인세 인하 추진에 일부에서는 ‘대기업 감세’라며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곳이 일부 대기업에 그치고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인하한 후 2009년부터 5년간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3.2%로 이전 5년(2003~2008년) 5.4%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2009년 약 438조원에서 2013년 813조원으로 375조원 급증했다.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꼭 투자 증가로 이어지진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을 깎아서 투자·고용이 증가하고 세수가 증가한다는 (주장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며 “(법인세 인하로) 대기업의 세후 이윤이 늘어나는 건 맞지만 이걸 가지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쌓아놓거나 주주들이 더 가져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를 비롯해 여러 경제학자들은 법인세가 낮아져 법인소득이 증가하면 기업 투자가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법인세율 인하는 투자·고용 증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 1%포인트 인하시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와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시 투자와 고용 각각 0.7%·0.2% 감소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법인세 낙수효과가 꼭 투자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유보액이 늘어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을 더 요구할 수 있고 대기업이 돈이 있으면 중소기업 가격 후려치기 같은 사태도 줄어들 것”이라며 “(법인세) 감세가 곧 국민 지원인 만큼 지금보다 (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부담 완화 등 투자할만한 환경 만들어야”
법인세율 인하는 최근 급증한 기업들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6년까지 16%대에서 2019년 19.1%까지 높아졌다가 2020년 17.5%로 낮아졌지만 지난해(18.1%) 다시 상승했다. 법인세수는 2020년 5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70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2조2000억원)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올해는 법인세수가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 예측이다.
세제개편안에서 기업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올해 종료하고 내국법인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삼지 않기로 한 것도 정부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에게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투자나 배당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효과에 대해 “이번에 법인세를 인하했다고 바로 내년에 (효과가) 전부 다 나타나는 건 아니라 배당이나 투자 의사 결정에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며 “종국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보강하는 데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나 투자세액 공제 등 세제 측면이나 경기 흐름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법인세 인하보다도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규제 개선은 쉽지 않은 길이고 반대 의견도 많은 만큼 정권 초기 하루라도 빨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이 국내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인데 근로 유연성 등 노동 개혁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투자 증가 효과 실증 없어" vs "낙수효과 나타날 것"
전문가들 "기업 규제 개선·노동 유연성 정책도 시급"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발표한 법인세 인하를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세제를 완화해 민간 경제가 활성화하는, 일명 ‘낙수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서다. 법인세 부담을 낮추면 그만큼 기업이 투자·고용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일부 대기업의 현금 보유고만 늘려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추가 정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법인세 인하 두고 ‘대기업 감세’ 논쟁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4단계에서 2~3단계로 줄이는 방안이 담겼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지난달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담겼던 내용이기도 하다.
법인세 인하 추진에 일부에서는 ‘대기업 감세’라며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곳이 일부 대기업에 그치고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인하한 후 2009년부터 5년간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3.2%로 이전 5년(2003~2008년) 5.4%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2009년 약 438조원에서 2013년 813조원으로 375조원 급증했다.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꼭 투자 증가로 이어지진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을 깎아서 투자·고용이 증가하고 세수가 증가한다는 (주장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며 “(법인세 인하로) 대기업의 세후 이윤이 늘어나는 건 맞지만 이걸 가지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쌓아놓거나 주주들이 더 가져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를 비롯해 여러 경제학자들은 법인세가 낮아져 법인소득이 증가하면 기업 투자가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는 법인세율 인하는 투자·고용 증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 1%포인트 인하시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와 법인세율 3%포인트 인상시 투자와 고용 각각 0.7%·0.2% 감소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법인세 낙수효과가 꼭 투자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유보액이 늘어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을 더 요구할 수 있고 대기업이 돈이 있으면 중소기업 가격 후려치기 같은 사태도 줄어들 것”이라며 “(법인세) 감세가 곧 국민 지원인 만큼 지금보다 (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부담 완화 등 투자할만한 환경 만들어야”
법인세율 인하는 최근 급증한 기업들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6년까지 16%대에서 2019년 19.1%까지 높아졌다가 2020년 17.5%로 낮아졌지만 지난해(18.1%) 다시 상승했다. 법인세수는 2020년 5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70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2조2000억원)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올해는 법인세수가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기재부 예측이다.
세제개편안에서 기업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올해 종료하고 내국법인이 해외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삼지 않기로 한 것도 정부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에게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투자나 배당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효과에 대해 “이번에 법인세를 인하했다고 바로 내년에 (효과가) 전부 다 나타나는 건 아니라 배당이나 투자 의사 결정에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며 “종국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보강하는 데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나 투자세액 공제 등 세제 측면이나 경기 흐름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법인세 인하보다도 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규제 개선은 쉽지 않은 길이고 반대 의견도 많은 만큼 정권 초기 하루라도 빨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이 국내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인데 근로 유연성 등 노동 개혁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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