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궤변과 갈라치기..경찰들 "부끄러운 줄 알라" 반발

박수지 2022. 7. 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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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설치 논란]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신군부 하나회 12·12 쿠데타" 빗대
"국가전복 쿠데타와 경찰 의견 교환이 어찌 같나" 비판 봇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신설 및 최근 전국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쿠데타에 빗대 비판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경찰은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며 이런 회의를 방치하면 총기를 든 경찰들이 정부 전복에 나설 수도 있다는 식의 상식 밖 인식을 거듭 드러냈다.

“나도 징계하라”며 경감·경위급까지 확산하는 경찰 내부 반발을 관리해야 할 장관이 현실성 없는 경찰 내란 가능성을 언급하며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임명 당시에도 이렇다할 행정경험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학교·대학교 후배라는 점이 강조됐던 이 장관의 국무위원으로서 능력과 자질에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특정 그룹이 주도하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임의적, 자의적으로 한 군데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됐다.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 지시에 위반해서 임의적으로 모여 정부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여러 차례 경찰의 무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리력을 가진 경찰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도 내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단순 징계 차원을 넘어 징역 1년 이하, 2년 이하 등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자신의 쿠데타 발언을 접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모든 경찰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이번 사태에 연루된 경찰관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분들이 묵묵히 열심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다른 경찰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특정 그룹”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경찰대 출신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입직 경로가 다양한 경찰 조직을 하나로 아울러야 할 행안부 장관이 정작 경찰 내부 갈라치기로 갈등을 조장한 것이다. 한 총경은 “비경찰대 출신은 경찰국 논란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로 무시하는 것이냐”고 했다. 경위공채(옛 간부후보생) 출신의 한 총경은 “특정 출신에 기수별로 똘똘 뭉쳐서 국가 전복을 꾀한 하나회와 ‘의견 교환을 해보자’며 모인 경찰서장 회의를 비교하는 것은 국민들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장관의 지나친 표현이 오히려 논의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도 전날 김대기 비서실장에 이어 경찰 압박에 이틀 연속 나섰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찰서장들을 “지역 사령관”에 비유하며 “경찰서장은, 경찰은 무기도 가지고 있다. 상부에서 해산 지시를 했는데도 이를 어긴 것은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은 “경찰 내부에 일부 오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해 풀어야 된다”면서도, 이런 해법 대신 이 장관의 상식 밖 쿠데타 발언과 인식을 공유하며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쿠데타 발언을 앞세운 대규모 감찰과 징계 등 힘으로 찍어누르는 해법을 추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내 여론은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에 임계점을 넘은 모양새다. 경찰들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는 문구 등이 달린 근조 화환 30여개를 보냈다. 경찰 내부게시판에도 “장관씩이나 되는 분이 조직의 방향을 토론하기 위해 총경들이 모인 자리를 쿠데타에 준한다고 평하니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했던 한 총경은 이 장관이 경찰서장 회의를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은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거론하며 “위수지역은 이미 2019년 군에서도 폐지된 개념이다. 장관이 위수령이 만들어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인식에서 못벗어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30일로 예고된 경위·경감급 전국 현장팀장 회의 참여 독려도 이어지고 있다. 주로 경감이 맡는 지구대·파출소는 전국 2000여곳에 이른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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