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버스 50%가 중국산..정부 보조금에 '무임승차'
평균 3천~4천만원 싸게 팔아
중국선 자국산에 유리한 혜택
부품 조달·정비 등 쉽지 않아
사후관리 문제 발생 가능성도
국산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반 내연기관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전비'가 국산보다 떨어져 효율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정비 등 사후관리 수준도 국산보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승객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서울시가 전기버스 입찰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행 테스트에서 국산과 중국산 사이에 전비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전기버스 '일렉시티'가 1.302㎞/㎾h로 가장 우수한 전비를 기록한 반면, 중국산은 1.1~1.2㎞/㎾h 수준에 그쳤다.
당시 주행 테스트에는 현대차를 비롯해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등 국내 업체 3곳과 범한자동차, GS글로벌, 비바모빌리티, 피라인모터스, 이온모터스 등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 업체 5곳 등 모두 8개사가 참여했다. 앞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5월 시내 전기버스(저상) 428대 도입을 위한 입찰 공고를 진행했고, 주행 테스트는 이에 따른 후속 절차였다.
이번 테스트에서 현대차 일렉시티는 중국산 전기버스보다 8~28%가량 우수한 전비를 기록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서 공개하고 있는 일렉시티 공인 전비가 1.45㎞/㎾h인 점을 감안하면 일렉시티는 실제 주행 전비와 인증 전비 간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라인모터스가 수입하는 중국산 전기버스 '하이거 하이퍼스'는 공인 전비 1.13㎞/㎾h, 비바모빌리티 '아시아스타 브이버스'는 1.16㎞/㎾h, 범한자동차 '황해 E-SKY '는 1.21㎞/㎾h 등으로 격차가 컸다. 전비는 전기차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행 중인 전기버스는 1220여 대이며 시장 규모는 3500억원대로 파악된다.
국산 전기버스의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전기버스는 올 상반기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일렉시티 204대를 공급해 시장 점유율 24%를 기록했고 에디슨모터스가 19%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엔 39% 비율로 압도적인 1위였지만 올 상반기엔 점유율이 대폭 낮아졌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산이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9%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50%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 전기버스 시장을 노리는 것은 수출 때 물류비가 적게 들어 수익성이 좋은 데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버스 업체들은 보증기간을 늘리는 한편 운수업체를 대상으로 강력한 판매 촉진 활동을 펼치면서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산 전기버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1대당 수입 단가가 2억원대 초반 수준이다. 3억원대 중반인 국산보다 훨씬 싸다. 여기에 우리 국민 세금에서 투입되는 보조금 덕분에 운수업체는 1억~1억2000만원이면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 일렉시티는 실제 구매가격이 1억3000만~1억6000만원이다. 에디슨모터스나 우진산전 등 다른 국산 제품은 일렉시티보다 조금 싸다.
결국 중국산이 국산보다 최대 4000만원가량 싸기 때문에 일부 운수업체는 자회사까지 설립해 가며 중국산 전기버스를 직수입하는 형편이다.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오다가 최근 제도 변경으로 외국산 배터리를 탑재했어도 보조금을 부분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현행 제도도 자국산에 훨씬 유리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생산 국가와 관계없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중국 업체들의 전기버스 판매를 지원하고 있는 셈이 된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약진은 사후 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버스는 보통 구입 후 10년가량 사용한다. 이 기간에 제작사나 수입업체가 폐업하게 되면 부품 조달이나 정비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보조금 정책에 무임승차하면서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기술력과 안전성이 검증된 국산 전기버스가 더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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