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니 정상회담서 KF-21 미납금 논의예상..8천억원 해결되나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개발과 관련한 미납금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어 관심이 쏠린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오는 27∼28일 공식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양국 협력을 비롯한 주요 국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KF-21 분담금 미납 문제도 (양국 정상회담서) 논의되느냐'는 물음에 "여러 어젠더 논의 과정에서 그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 간 현안 중 하나인 KF-21 분담금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 개발에 참여해 사업비의 20%를 분담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 등을 넘겨받기로 했지만, 연체금이 어느덧 전체 분담금의 절반에 달하는 상황이다.
방사청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공동 개발 조건으로 전체 사업비의 20%인 약 1조6천억원을 2016∼2026년에 걸쳐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2016년 사업 시행 이후 2천272억원만 납부했고 2017년부터 경제 사정을 이유로 분담금을 지급하지 않아 현재 분담금 연체액은 약 8천억원으로 불어났다.
KF-21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인도네시아 측과 미납액 및 향후 납부액을 포함하는 비용분담계약서를 올해 1분기까지 수정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말 밝혔지만, 수정 계약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방사청은 계약서 수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로 새로운 계획을 잡았지만, 이 역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부담할 부분을 30% 현물로 납부하는 계약서 수정 작업이 작년 말부터 진행된 걸로 아는데 금년도 1분기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 미진한 부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1월 전체 분담금 규모는 유지하면서 분담금의 30% 정도를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현물 종류로는 팜유 등 천연자원이 거론됐다.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세계 공급망에 적신호가 켜지고 자원 중요도가 급상승하면서 논의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F-21 사업에 관한 인도네시아의 협력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본다.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이 미납금 문제에 대한 실제 협력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전투기 공동 개발 사안을 주관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은 조코위 대통령과 2014·2019년의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력이 있는 야당 총재 출신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전해진다.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해 4월 한국을 찾아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자국 기술 인력이 전투기 공동 개발의 기술 공백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국 측의 지원을 희망한다고 했다.
공동 개발 의지가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고, 회담에서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도 전해졌지만, 귀국 후에는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아울러 팜유를 비롯한 천연자원 또한 식량 개발 특임장관을 겸직하는 프라보워 장관의 소관임을 고려할 때 현물 지급 논의에 진전이 없는 것도 그의 영향력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분담금 문제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지난 19일 KF-21의 역사적인 첫 시험비행이 성공했을 때 일부 네티즌들은 KF-21 시제기에 태극기와 나란히 붙은 인도네시아 국기를 떼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도 내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KF-21 분담금 문제를 둘러싼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을 잘 알고 있다"며 "해결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도 "정상회담과 별개로 조속히 합의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상대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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