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찰 반발 '12·12 쿠데타' 비유하며 대대적 옥죄기 돌입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박하얀 기자 2022. 7. 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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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 "하나회 12·12쿠데타 이렇게 시작"
윤 대통령 "행안부, 경찰청 필요한 조치할 것" 발언 직후
야당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숙청하겠다는 건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최근 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총경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비유하며 대대적인 옥죄기에 나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총경 회의는)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와 야당에선 즉각 반발이 확산했다. 시행령 개정 속도전과 회의 주도자 즉각 대기발령, 쿠데타 비유 등 강경 일변도 대응으로 정부 스스로 분열을 부추기고 갈등을 조정할 퇴로를 막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난 23일 이뤄진 총경 회의에 대해 “경찰은 물리력과 강제력, 심지어 무기도 소지할 수 있다. 임의적, 자의적으로 한군데 모여 회의할 경우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하나회가 12·12쿠데타를 일으킨 게 이러한 시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에 대한 반대 의견 개진 행위를 주무 장관이 곧장 무력을 동원한 극단적 헌정질서 파괴 행위로 연결지었다.

이 장관은 “경찰국은 경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제청권, 경찰위원회 위원 임명 제청권, 경찰위원회 재심의 요구권 7가지로 권한이 한정되는데 마치 치안업무 전반을 지휘, 통제, 장악하는 것처럼 전혀 엉뚱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선 수 차례 경찰의 무장 가능성과 12·12 쿠데타 비유가 등장했다. 이 장관은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의 지시에 위반해 임의적으로 모여서 정부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 내 특정 반대그룹을 언급하고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해 12·12 쿠데타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도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행안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직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반발이 확산하는 데 대한 질문에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통령실과 행안부, 경찰청이 교감해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에 함께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고 “(총경 회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 속도전, 반대의견에 대한 전광석화식 제압이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앞서 경찰국 신설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 40일에서 사흘(지난 16~19일)로 단축했다.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치면 시행령이 최종 확정된다. 경찰국 신설 여부를 두고 정부조직법 위반 여부, 정부의 경찰 수사 개입 우려 등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견수렴 기간을 압축하며 강행에 나선 것이다. 이에 반발하며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은 회의 종료 2시간 만에 대기발령했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포함해 마찰음 확산은 불가피해졌다. 오는 주말 경감·경위급 전국팀장회의가 예정된 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1인시위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의 ‘12·12 쿠데타’ 비유를 두고 “언어도단에 적반하장”(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경찰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숙청하겠다는 것인가”(이수진 원내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저지 대책단’의 위상을 원내 태스크포스(TF)에서 당차원 기구로 격상시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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