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대정부질문..여 '북송' 야 '경찰국' 집중 공격
국회에서 25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질문이 열렸다. 여야는 서로 상대의 약점이 될 곳을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을 두고 정부에 맹공을 가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북어민 북송 사건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북송 당시 판문점 통과를 유엔사가 거절했다는 여권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야 “경찰회의와 검사회의가 뭐가 다르냐”
민주당 의원들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지난 23일 이에 반대해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에 대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입장을 문제삼았다. 이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 앞서 경찰서장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이 경찰서장회의가 지휘부의 해산 명령을 위반했고 구성원이 최일선 주요 지휘관인데다 경찰은 물리력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평검사회의와는 다르다고 주장한 것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 당시에 한 총장 물러나라고 검사들이 집단행동을 했다”며 “그때 총장 승인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그것(평검사회의)과는 다른 것”이라고 하자 박 의원은 “정말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아무리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위법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 금지할 수는 없다”며 “어떤 부분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이 “일선 (경찰) 지휘관의 경우 위수지역을 이탈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확인해 보니 관외여행신고라는 절차를 다 밟았다고 한다. 어떤 법을 위반한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박 의원은 “(경찰서장회의를) 쿠데타 또는 내란에 비유하셨다. 내란이 성립하려면 내란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경찰들 모임에 내란 목적이 어떤 게 있느냐”고 물었다. 이 장관이 “내란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하자 박 의원은 “쿠데타가 내란”이라며 “쿠데타와 내란이 다르다는 거의 유일한 학설이 나온 것 같다”고 비꼬았다.
경찰 출신인 임호선 민주당 의원은 경찰청 개청 당시 내무부 치안국 설치가 추진됐으나 무산됐던 사례를 들어 “똑같은 내용을 32년이 지난 지금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심지어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도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32년 전 내무부 장관 치하에 있던 치안본부를 민주적 통제 장치를 도입하기 위해 독립시켰다”며 “경찰의 역사를 과거로 회귀시키려는 현 정권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장관은 전혀 물러나지 않았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쿠데타 표현을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전혀 없다”며 “오히려 경찰국을 만들지 않는 것이 행안부 장관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경찰국 설치는 윤석열 정부의 몰락을 초래할 뇌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경찰국 설치 목적이 정권의 경찰 통제에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대통령 명을 받아서 경찰들 통제하려고, 치안사무뿐 아니라 수사를 간섭·통제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관여하거나 지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해명할 기회를 주며 방어에 나섰다. 윤상현 의원은 이 장관에게 “이번 회의가 평검사회의와 전혀 다르지 않느냐”고 묻고 답을 들은 후 “지휘권자의 해산명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두고 전·현직 법무부 장관 간 설전도 벌어졌다. 박범계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장관 밑으로 가져와 장관, 검찰총장, 인사 등 1인3역을 하고 있다”며 “왕중왕 1인 지배”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의원님(이 장관일 때)과 달리 구체적인 (사안)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박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헌법의 포괄이익금지 원칙을 아느냐” “행정조직 법정주의라는 말을 들어봤느냐” “조세법률주의 아시죠” “죄형법정주의 아시죠”라는 식의 질문을 이어가자 한 장관은 “말씀해 주시면 듣겠다” “너무 기본적인 말씀을 하시는 것이니까”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야 “사적 채용 전수조사 해야”
박범계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이 줄줄이 사탕이다. 민망해서 차마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최소한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는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 직원을 대통령실에 채용한다는 것은 수사하지 말라는 요구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한 총리는 “일반 경력직 채용과 별정직은 좀 다르다”고 해명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스페인 순방 당시 민간인으로 동행한 신모씨에 대해 “외교부장관의 결재를 통해 ‘기타수행원’으로 지정됐다고 대통령실이 해명했지만 정작 외교부 장관은 어떤 명단에 그 사람이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또다른 사적 채용 사례가 없는지, 사기업 이사 등 겸직 사례가 없는지 대통령실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 ‘대통령실 합격은 윤석열’이란 패러디가 봇물을 이룬다”고 했다.
■여 “북송, 헌법 위반·국제사회 우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안보 문란’ 사건을 공략했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유족들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괴물 같은 존재였다”며 “살릴 수 있었음에도 죽음을 방치하고 월북자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2019년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문명국가가 아니라는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가 괴물로 만들어 놓은 국가를 정상국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국무위원들도 동조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탈북어민 북송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헌법규정과 헌법 가치를 훼손한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송 사건과 관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불식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 의원 질의 과정에서 정부·여당 간 스텝이 꼬이는 장면도 나왔다. 탈북어민 북송 당시 판문점 통과를 위한 유엔사 승인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유엔사가 승인을 한 것으로 제가 확인했다”고 답하자 하 의원은 당황해 “유엔사가 승인을 했다고요?”라고 되물었다. 같은 질문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유엔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판문점 통과 당시 유엔사 승인 누락은 최근 며칠동안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한 포인트 중 하나였다. 정부에 확인 절차도 밟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들이 흉악범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북송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병주 의원은 “북송된 2명이 16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흉악범 맞지 않냐”고 물었고, 권 장관은 “그럴 개연성이 크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비보호이탈주민에게도) 직업훈련, 영농정착훈련, 국민연금, 특례지원 등을 혈세로 많이 지원한다”며 “이런 이들이 처벌받지 않고 국내에 정착한다면 우리 혈세로 지원된다. 이웃에 있다면 국민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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