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최초 설치..17만 아이돌보미 양성
2024년까지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양육비 이행 강화
'성평등' 단어 빠져.."경단여성·폭력피해자 지원"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여성가족부가 디지털성범죄 등 피해자의 남성 비율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보호시설을 처음으로 설치한다.
또 최근 인하대 성폭행 사건과 관련, 해당 대학의 재발방지책을 점검하고 올해 9월 발표하는 폭력예방교육 부진기관 명단에 대학생 참여율을 포함하는 등 폭력 예방에 나선다.
아울러 일·가정 양립 지원을 내실화하기 위해 현행 2만6천여명 수준의 공공 아이돌보미를 17만명까지 늘린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여가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업무보고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여가부 폐지 또는 개편 방향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5대 폭력 남성 피해자 원스톱 지원…대학 성폭력 예방"
여가부는 권력형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범죄 등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와 관련, 남성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한 시설 설치를 처음으로 추진한다.
여가부에 따르면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센터 이용자 중 남성 비율은 2020년 11.5%에서 2021년 17.2%로 증가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남성 상담 비율도 2020년 6.0%에서 2021년 8.1%로 증가했으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남성 피해자 비율은 2018년 4월부터 2021년 12월 기간 23.3%로 집계됐다.
현재 100여곳에 달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상담소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지만, 남성 피해자를 위한 생활시설로서의 보호시설은 하나도 없다. 이에 여가부는 남성 피해자에게도 폭력 상담·보호·의료·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보호시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가부는 우선 남성 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1곳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서울시에 먼저 설치할 예정이다. 이후 남성 피해자의 증가 추이 및 권역별 수요를 분석하고 지자체 의견을 모아 필요한 곳에 추가로 설치한다.
최근 인하대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과 관련, 학교가 제출한 재발방지대책을 점검하고 올해 9월 발표하는 폭력예방교육 부진기관 명단에 대학생 참여율을 포함하는 등 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김현숙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사전브리핑을 열고 "최근 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우선시돼야 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가부는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나오지 않고도 편안한 환경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하도록 '해바라기센터 연계 영상증인신문' 사업을 확대 실시한다. 올해 4월 시범사업이 시작됐으며, 지난 21일부터 16개 시·도 해바라기센터 34곳에서 확대 실시했다. 현재까지 10건이 진행된 것으로 여가부는 파악하고 있다.
아이돌보미 민간 포함 17만명으로 늘려…한부모·청소년부모 지원 강화
여가부는 현행 아이돌보미 2만6천여명을 17만명까지 확대해 맞벌이 가구의 양육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민간에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민간 공통의 아이돌보미 국가자격제도를 2024년까지 도입하고,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아이돌보미를 현재 2만6천여명에서 민간영역까지 포함해 17만명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민간육아도우미 양성교육을 시범 운영하고, 자격관리제도 도입을 통해 3년에 걸쳐 인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가구의 31%가량을 차지하는 1인가구에 대한 지원 시범사업도 시작한다. 전국 가족센터 244곳을 활용해 한부모·다문화가족뿐 아니라 중년은퇴자, 노부모 부양가족, 1인가구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힌다.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양육부담 완화를 위해 아동양육비 정부 지원 대상을 현재 중위소득 52% 이하 가구에서 올해 10월 58% 이하 가구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63% 이하 가구까지 확대해 나간다.
또 비양육자에게서 양육비를 받지 못해 경제적 위기에 처한 한부모 가족에게 지원하는 긴급아동양육비 대상도 올해 8월부터 현재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서 75% 이하 가구로 확대한다.
고의적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채무액 기준을 5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완화한다.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7일간 채무자의 소득·재산 조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신상공개 의견진술 기간을 90일에서 10일로 줄여 절차를 간소화한다.
공약사항이었던 양육비 정부 선지급제는 기획재정부 및 국무조정실과 예산 문제를 협의 중이며, 곧 발표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공약 폐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모 모두 만 24세 이하인 청소년 부모들 중 중위소득 60% 이하 가구에는 이번 달부터 자녀 1명당 월 20만 원씩 지원한다.
부처 폐지 업무분장 논의 제외…"폐지해도 사업은 진행"
이번 여가부 업무보고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부처 폐지·개편 관련 업무분장 논의가 빠졌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오늘 업무보고는 국정과제 중심"이라며 "인수위에서 부처 개편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업무보고에도 여가부 폐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처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여가부가 업무보고에 담은 사업들이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는 "현재 정책 혜택을 받고 있는 국민이 계셔서 부처 개편이 된다고 해서(정책이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아이돌보미의 국가자격제 등은 고용노동부가 가진 내일배움카드제 등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번 업무보고에 이례적으로 '성평등 정책'이라는 단어가 빠져있는 것에 대해서는 "여가부 소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보고하고 있어서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이나 5대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성평등 정책이 아예 빠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여가부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국가경쟁력 핵심 산업 관련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확대한다. 새일센터 이용 구직자 12% 내외에 해당하는 이공계 출신을 재교육해 신산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는 2019년부터 해오던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버터나이프크루)에 대해서는 "실제로 젠더갈등을 해소하는 것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 문제 제기가 있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2021년 국감에서 시정처리 요구까지 받은 사업이고, 성별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여성정책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곳과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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