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뺨치는 중국 때리기..'반중 정서' 고조된 영국

김덕식 2022. 7.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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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연일 강경책 경쟁
수낵 "中, 금세기 가장 큰 위협
우리 기술 훔치고 대학 침투"
트러스도 對中 강경대응 밝혀
우크라전후 유럽내 反中 고조
'친중' 메르켈까지 떠나자 악화
영국 차기 총리가 누가 되더라도 중국에 대한 강경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선 후보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과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낵 전 장관은 중국에 대해 "영국과 세계 안보·번영에 금세기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중국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우선 영국에 있는 공자학원 30개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각국에 설립한 기관이다. 하지만 영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은 공자학원이 중국어 교육을 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공산당의 홍보기관 역할을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투자로부터 영국의 기술 스타트업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영국 국내정보국(MI5)의 중국 스파이 퇴출 활동을 강화하고,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국제 협력을 꾀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시켰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게다가 수낵 전 장관은 "중국 공산당을 우리 대학에서 쫓아내겠다"며 고등교육기관이 해외에서 5만파운드가 넘는 자금 지원을 받았다면 이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국내에서 우리 기술을 훔치고 우리 대학에 침투하고 있다"며 "러시아 석유를 구매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만을 포함한 이웃 국가를 괴롭히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낵 전 장관은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양국 관계 발전과 관련해 실용적인 견해를 가진 후보"라고 소개하는 등 친중파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중국에 대한 비난이 커지면서 수낵 전 장관은 영국 내 반중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았다. 경쟁 상대인 트러스 장관 역시 '친중'이라고 몰아붙이는 상황이 빚어지자 수낵 전 장관이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트러스 장관은 "수낵 전 장관이 중국에 대해 온화한 태도를 보인다"며 "영국과 중국의 경제 및 금융회의를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국 경제 및 금융회의는 2019년 이후 열리지 않고 있었다. 트러스 장관은 또 "보리스 존슨 전 총리보다 더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종 당선자는 보수당원 16만명의 투표를 거쳐 9월 5일 확정된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도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한창 중국 때리기에 나섰을 때도 적극적인 동참을 꺼리던 유럽 국가들이 반중으로 돌아선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편에 서자 노골적으로 중국을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는 유럽이 미국과 함께 중국으로 전선을 넓혔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유럽의 중국 접근법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고 포린폴리시가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유럽에 많은 공을 들였다. 미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국가가 참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버린 셈이다.

여기에 유럽을 끌어나가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퇴임도 유럽에서 중국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들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취임할 때만 해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 경제 관계를 상호 신뢰와 존중에 근거해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후 양국 관계에 찬바람이 불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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