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박범계 맞대결.."왕중왕" VS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 사안 개입 안할 것"
한동훈 "의원님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 패싱"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 장관이 25일 맞붙었다. 윤석열 정부 첫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다. 두 사람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검찰 인사, 각종 수사 현안 등을 놓고 15분간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왕중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 장관은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인 (수사) 사안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첫번째 질문자로 나선 박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질의응답을 짧게 끝낸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나오십시오. 오랜만이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인사정보관리단의 공직자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질의했다. 한 장관은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검증 업무는 모두 위법”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이 “왜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수석 (후보자)들까지 검증해야 하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과거 민정수석실이 인사혁신처에서 위임받아서 인사검증할 때도 똑같은 규정에 따라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의 업무 범위는 객관적 1차 검증을 해서 판단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대법관에 대한 인사검증은 저희 인사정보관리단에서 하고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대법관도 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처럼 정무직인데, 한 장관 마음에 들면 검증 안하고 안들면 검증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의원님께서 근무했던 민정수석실은 어떤 근거에서 사람들 명부를 대놓고 검증했냐”며 “(인사정보관리단 업무에)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전현직 장관은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박 의원이 질문 시작부터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을 아느냐” “행정조직 법정주의라는 말 들어봤냐” “조세법률주의 아느냐” “죄형 법정주의” 아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너무 기본적인 말씀을 하신다”는 등의 답을 하며 박 의원을 쳐다봤다. 박 의원이 “18개 국무위원 중 한 사람에 불과한 법무부장관이 대통령 비서실장, 수석을 검증하는 건 왕중의 왕 (역할)”이라고 하자, 한 장관은 “그렇지 않다”며 “그간 밀실에서 진행되던 인사검증 업무를 부처의 통상업무로 전환한 것이며, 저는 이것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진일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의원이 “검찰총장이 공석인데, 대검, 고검 (인사를) 다 한 장관이 해버렸다. 전례가 있는 일이냐”고 묻자 한 장관은 “과거에 의원님이 장관일 때는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하고 인사를 하신 걸로 (안다)”고 맞받았다. 이에 박 의원이 “택도 없는 말 하지 말라”고 하자 한 장관은 “지금 검찰의 인사 의견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반영했다고 확신한다”며 “지난 정권에서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이 임명될 당시에도 검찰총장은 없었다”고 했다. 박 의원이 이재명 민주당 의원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에 대해 “과잉수사 아니냐”고 물었을 때는 “저는 의원님과 달리 구체적인 사안에 대 해서 개입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한 장관이 박 의원의 말에 반박할 때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웅성거렸다. 질의응답 도중 박 의원이 10초 가량 침묵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박 의원은 중간중간 한 장관과의 질의응답을 멈추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질문을 던졌다가 다시 한 장관을 불렀다. 장관을 소환한 것이 총 세 차례였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대정부질문에 임하는 각오를 기자들이 묻자 “자주 있을 일 아닌가. 평소 준비한 대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임 장관인) 박 의원도 대정부질문을 한다’는 물음에 “그분은 의원으로서 할 일 하는 것”이라며 “저는 장관이니까 장관으로서 답하겠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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