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는 '펜스룰' 적용해도 문제없다는 국민의힘 대변인
국민의힘 대변인이 25일 여성을 배제하는 논리인 이른바 ‘펜스룰’을 옹호하는 인식을 재차 드러내 논란이 되고 있다. 점심식사 자리는 공적 영역이고, 저녁식사 자리는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저녁 식사에는 여성 기자들에게 남성 기자 대동을 요구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대변인들이 사퇴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을 출입하는 여성 기자 3명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다음에 식사할 때는 남성 기자들과 함께 식사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여성들의 성폭력 무고로 남성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를 너무 많이 목격해서 여성들만 있는 자리가 두렵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에 해당 기자 3명은 이달초 문 대변인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문 대변인은 “부당하다”며 거부했다. 당 차원의 별다른 조치도 없었다.
논란이 다시 불거진 계기는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문 대변인을 공개 비판하면서다. 박 대변인은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건 당사자는 자신이 아니라 문 대변인이라고 바로잡는 글을 올리면서 문 대변인의 펜스룰 적용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잠재적 무고 가해자 취급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며 “특정 성별을 업무상 차별한 것으로써 문제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변인이 박 대변인의 글에 반박하는 글을 올리면서 국민의힘 대변인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박 대변인과 문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가 도입한 대변인단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에서 지난 4월 각각 1·2위를 차지해 당 대변인이 됐다.
문 대변인은 이날 두 차례 연이어 올린 SNS 글을 통해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시 대화 맥락상 다음 (식사)자리가 술자리라고 인식하여 말씀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술자리’에 대해 한 말을 마치 업무적인 영역에 대해 발언한 것처럼 호도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여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오직 제 스스로 조심하고자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식사 자리’는 공적인 영역이지만 ‘술자리’는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대변인인 자신이 펜스룰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지만 전례를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례로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12년 새누리당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됐을 당시 출입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욕설 및 폭언을 해 논란이 되자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설사 문 대변인 주장대로 저녁 자리가 사적인 자리라고 해도, 집권여당 대변인이 여성 기자들을 상대로 ‘펜스룰’을 적용한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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