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발레의 강점? 어려운 춤을 쉽게 풀어내죠"

파리오페라발레단 동양인 첫 수석 박세은
'로미오와 줄리엣' 2인무 등
정교하고 세련된 안무로 선사
28~29일 롯데콘서트홀 공연

2인무를 연습중인 박세은(오른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시즌이 끝날 때가 오면 몸도 마음도 굉장히 지쳐있어요. (지난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볼에서 공식적으로 시즌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지쳤을 때 제일 좋은 춤이 나오거든요. 너무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발레리나 박세은(33)은 오는 28~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2 에투알 갈라' 공연을 앞두고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BOP) 에투알(수석무용수) 자리에 오른 뒤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나는 박세은은 기술적 완성도가 최상인 상태에서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연이어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 BOP에 입단한 지 10년이 좀 넘었어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이런 춤을 한국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 이런 갈라공연을 오래전부터 꿈꿨고 준비하고 있었죠.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조금 늦어졌지만 동료들과 함께 무대를 할 수 있어서 기대됩니다."

이번 공연에서 박세은은 BOP 무용수들과 함께 실제로 시즌 때 선보이는 레퍼토리를 갈라로 선보인다. 박세은이 에투알로 지명될 당시 무대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2인무)를 비롯해 루돌프 누레예프 안무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파드되, 게오르게 발란친 안무의 '한여름 밤의 꿈' 디베르티스망(막간 여흥) 파드되, 제롬 로빈스 안무의 '인 더 나이트' 등과 컨템퍼러리(고전 발레와 현대 무용을 결합한 장르) 작품인 '달빛' '애프터 더 레인'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안무가 작품을 BOP의 프랑스적인 안무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박세은은 프랑스 발레 안무 강점을 정교함과 세련됨으로 축약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무용수는 어느 누구보다 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프랑스 발레는 우아하면서 정확성을 요구하고, 또 섬세하고 세련된 춤인 것 같아요. 드라마적인 요소를 잘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누레예프의 작품을 추다 보면 숨이 넘어가서 정말 심정지가 올 정도로 부담스럽거든요.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 기술을 쉽게 풀어서 관객들에게 우아하게 보여주는 것이 프랑스 발레라고 하더라고요. 한계점에 다다르면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이면서 표현력으로 드러나요. 그게 프랑스 발레의 큰 강점인 것 같아요."

박세은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볼 수 있는 공연으로 '인 더 나이트'를 꼽았다. 자신이 느꼈던 것처럼 관객들도 프랑스 발레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처음 공연을 봤을 때 이건 정말 프랑스 사람들이 춰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했던 안무랑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고요하면서도 잠잠한 아름다운 음악에 프랑스의 자연을 본뜬 춤들이 굉장히 조화를 잘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박세은은 지난 10년간 타지에서 쌓았던 노력을 통해 많은 성과를 이뤘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BOP에 처음 입단했을 때 이곳 사람들의 아름다운 춤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배움의 자세가 있었던 거 같아요. 점점 저를 인정해주고 좋아해 주는 분들이 생기면서 제가 이 사람들 스타일에 맞춰서 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저를 성장하게 한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뒤에는 클래식과 현대무용을 같이 하면서 많은 레퍼토리를 펼칠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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