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만 만지작" 방학이 두려운 맞벌이 학부모들

김형환 2022. 7. 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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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끼니 챙기려 베이비시터 고용까지
태권도장 등 방중 사교육 이용 많아져
전문가 "이용자 중심 돌봄 서비스 필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점심시간에는 항상 배달 앱부터 실행해요”

경기도에서 초3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모(44)씨는 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은 이후로 점심시간에는 늘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자신이 먹을 음식이 아니라 집에 혼자 있을 아이를 위해서다. 김씨는 “원래 아침에 밥을 해두고 왔었는데 아이가 챙겨 먹기 귀찮다고 밥을 거를 때가 있어 이렇게 배달 앱을 이용한다”며 “영양이 걱정되긴 해서 꼼꼼히 메뉴를 보고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주문한다”고 푸념했다.

25일 전국 대부분 초등학교가 방학을 맞이하며 환호하는 아이들과 달리 맞벌이 학부모들의 돌봄 걱정은 커지고 있다. 돌봄 교실·돌봄 센터 등 아이들을 돌봐줄 수 공간이 부족해 아이들을 혼자 집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일선 초등학교들이 여름 방학을 맞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에서 방학식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하교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돌봄 공백 속 힘겨운 아이 ‘끼니’ 챙기기

이런 상황에서 돌봄 공백을 맞이한 학부모들은 식사 문제가 가장 고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 중인 이모(41)씨는 “초1 딸아이가 방학 기간에는 학원을 오후 2시에 가는데 전에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며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덮밥이나 볶음밥을 해두고 나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웃들을 통해 아이 식사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사는 최모(42)씨는 매일 아이를 옆집 이웃에게 맡긴다. 최씨는 “옆집에 사는 이웃과 친해져서 아이의 식사를 매일 부탁하고 있다”며 “고마워서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주려 해도 받지 않아 괜히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가 되는 학부모는 식사를 챙겨줄 베이비시터를 구하기도 했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정혜연(가명)씨는 초2 딸을 챙겨줄 베이비시터를 구했다. 정씨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는 베이비시터에게 주급으로 18만원을 지불한다. 정씨는 “신도시는 워낙 경쟁이 심해 센터나 돌봄교실 모두 들어가기 힘들다”며 “방학 기간에는 좀 부담스럽지만, 밥을 챙겨주고 학원에 보내줄 베이비시터를 구했다”고 말했다.

태권도장 인기 불티...“사교육비 부담 심해”

이런 가운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른 시간부터 아이를 봐주는 태권도장이 ‘최고의 돌봄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부분의 보습 학원 등은 이르면 오후 1시부터 문을 열지만, 태권도장은 방학 특강으로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어 아이들의 돌봄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초1 아이를 키우는 이씨는 “태권도 오전 특강이 있으면 집 앞까지 데리러 와서 식사까지 해결해 준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맞벌이 학부모는 대부분 태권도장을 포함해 보통 2~3개의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었다.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으면 돌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학원을 보낸다는 것은 배운다는 의미도 있지만, 아이가 온종일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방지하는 의미”라며 “방학 때는 사교육비 지출이 커지고 이에 대한 부담도 큰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학기보다 1~2개의 학원을 더 보내며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경기도에서 초3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모(44)씨는 “방학 때는 태권도 학원에 논술 학원까지 보내서 월 60만원 정도가 더 들어간다”며 “이외에도 밥 챙겨주고 이것저것 생각하면 금전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힘겨움을 토로했다.

돌봄 공공성 강화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돌봄에는 방학이 없다- 방학이 두려운 부모들’에 대한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프라 확충하고 방중 급식 실시해야”

돌봄 공공성 강화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용자 필요 중심의 공공 돌봄 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아 공동대표는 이날 “부모들이 방학마다 아이들 끼니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며 “보여주기식이 아닌 양육자의 신뢰를 얻는 체계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공동대표는 체계적 서비스를 위해 양적인 균형과 동시에 질적 향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돌봄을 받는 이용자 중심으로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방중 급식이라든지 이런 내용을 갖춘 돌봄 서비스가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인프라 확충을 통해 공공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에 따른 방중 급식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공공 돌봄 서비스 인프라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며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을 늘리고 이에 따라 방중 급식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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