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만은 막아보자".. 中 정부, 美 상장 자국기업 회계감사 허용할 듯

美 SEC, 2024년 최대 260개 중국 기업 상장 폐지 예고
中 CSRC "중국 기업, 상장 지역 상관없이 국내외 규정 지켜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The China Securities Regulatory Commission)./ 로이터

중국 정부가 미 증시에 상장된 자국 기업에 대한 미 금융 당국의 회계 감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25일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일부 자국 기업의 회계 정보에 미국 정부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회계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개의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방침이다.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 ‘민감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 ‘민감한 데이터를 가진 기업’, ‘공개가 불가능한 데이터를 가진 기업’으로 나눈 후, 이 중 ‘민감한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제3자에게 회계 자료를 공개할 수 있도록 회계 처리 규정을 바꾸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해외 상장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회계 규정 개정 움직임은 지난 3월 미 금융 당국이 중국 기업의 뉴욕 증시 퇴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SEC는 지난 3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기업 얌차이나, 바이오 기업 베이진·자이랩·허치메드, 반도체 장비 업체 ACM리서치 등 5개사를 ‘외국회사책임법’ 적용 대상 리스트에 올렸다.

2019년 5월 17일 나스닥 상장을 기념하는 루이싱커피 임직원들.

외국회사책임법은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회계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들을 상장폐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0년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가 약 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스캔들로 미국 나스닥에서 퇴출되면서 입법된 법안이다. 이전까지 중국 기업들은 2013년 체결된 회계 협정에 의해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 대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에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 허용됐다. 이에 중국 기업들의 회계불투명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FT는 중국이 해외상장 기업의 회계 감사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외국회사책임법’에 의해 2024년 최대 260곳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모두 1조3천억달러(약 1707조원)에 달하며, 중국의 최대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얌차이나 등도 포함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 내 자국 기업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다. CSRC는 지난 4월 ‘해외 상장 관련 보안 및 기록물 관리 강화에 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회계 감사는 중국 감독 당국의 감사 결과에 의존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외국 금융 당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경우, 양국의 협력 시스템을 통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해당 FT 보도에 대해 CSRC는 “(미 상장 자국 기업에 대한 분류체계를) 연구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국가에 상장되어있든, 모든 중국 기업은 국내(중국)뿐 아니라 상장된 지역의 데이터 정보 관리에 관한 법률과 규제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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