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단 동양인 최초 '에투알' 박세은 "한국에서 시즌 마지막 무대 감사"

이강은 2022. 7. 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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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입단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아, 이런 춤을 한국에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래전부터 이번 갈라를 꿈꿔왔고, 프랑스에서 무용수들이 함께 와 공연 할 수 있어 감사해요. 정말 좋은 작품 많이 가져왔으니 관객들이 함께 느끼시고 그 (갈라 무대) 시간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352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최고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 박세은(33)이 에투알로서 처음 선보이는 국내 무대를 앞두고 밝힌 소감이다. 2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용덕관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다. 2011년 입단 후 10년 만인 지난해 6월 동양인 최초로 POB 에투알이 된 박세은은 오는 28일과 29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동료 무용수와 함께 실제 시즌 레퍼토리로 짠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를 공연한다. 박세은이 에투알로 지명됐던 당시 무대인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남녀 솔리스트가 추는 2인무)를 비롯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파드되, ‘한 여름밤의 꿈’ 디베르티스망(작품 줄거리와 상관없는 춤) 파드되와 현대 작품인 ‘달빛’, ‘애프터 더 레인’ 등을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최고 무용수인 ‘에투알(Etoile·별)’로 첫 시즌을 보낸 박세은이 시즌 마지막 무대가 될 한국 공연을 앞두고 25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용덕관 연습실에서 파트너인 폴 마르크(왼쪽), 발레 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오른쪽)와 함께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박세은이 한국 발레 펜들에게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프랑스 발레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그는 “프랑스 발레는 엘레강스(우아)하면서 정확성을 요구하며 좀더 섬세하고 세련된 춤인 데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잘 담겨있는 게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제롬 로빈스가 안무한 ‘인 더 나이트’를 꼽았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1810∼1849, 폴란드) 피아노곡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 더 나이트’는 파리 현지 관객이 즐기는 가르니에 극장과 바스티유 극장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POB 소속 피아니스트 엘레나 보네이가 내한해 직접 연주한다. ‘인 더 나이트’는 쇼팽의 녹턴 3곡(작품번호 27·55·9) 라이브 연주에 맞춰 세 쌍의 파트너가 ’커플‘의 여러 단계(젊은 연인→행복한 결혼 생활→이별을 앞둔 동반자)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POB가 정규 시즌에서 트리플 빌(3개 개별 작품이 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이나 오마주(안무가나 작품에 대한 존경 표시) 형태로 가끔 선보이는 야심작이다. 에투알들이 라이브 피아노 음악에 맞춰 파드되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박세은·폴 마르크, 발랑틴 콜라상트·제르망 루베, 도로테 질베르 ·제레미 로프 퀘르가 각각 1·2·3커플을 맡아 연기한다. 이 중 폴 마르크와 발랑틴 콜라상트, 제르망 루베, 도로테 질베르도 모두 에투알이다. 

박세은은 “제가 객석에서 처음 ‘인 더 나이트’를 보고 반했었다. 이건 정말 프랑스 사람이 춰야 할 만큼, 의상과 심플하면서 세련된 무대 배경, 잠잠한 쇼팽 음악과 춤의 조화 등 프랑스 느낌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라며 “제가 처음 이 작품을 췄을 때 보여주고 싶은 스타일을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세은은 ‘로미오와 줄리엣’ 파드되와 '인 더 나이트' 제1커플 파드되를 함께 하는 파트너 폴 마르크(26)를 높이 평가했다. 폴 마르크는 17살에 발레단에 입단해 초고속 승급을 거쳐 23살에 에투알이 된 실력파 무용수다. “폴 마르크와 큰 작품을 여러 개 하면서 고정 파트너처럼 돼 눈빛만 봐도 서로 뭘 원하는지 알아요. 저보다 나이는 일곱 살 어리지만 무대 위에서 제가 침착할 수 있도록 해주고 든든하게 받쳐 주는 친구입니다. 또 자기만의 예술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하는 굉장히 똑똑한 친구인데, 발레단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을 겁니다. (마르크의) 실력은 무대에 직접 봐주시길…(웃음)”

옆 자리에 있던 폴 마르크도 화답했다. “박세은 발레리나와 많은 작품을 함께한 건 행운이에요.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신뢰를 갖고 둘만의 무대를 자유롭게 만듭니다. 성격도 비슷하고 동료를 넘어 친구 같은 관계랍니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인 박세은과 폴 마르크가 오는 28∼29일 한국 공연을 앞두고 25일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에투알로 처음 맞이한 시즌을 굉장히 바쁘게 보냈다고 한 박세은은 앞으로 은퇴까지 10년 가까이 남은 시간 동안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많다고 했다. 특히, 스웨덴 출신 세계적 안무가인 마츠 에크(77)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한 이유로, “2006년 17살 때쯤인가 국립발레단에서 인턴하다 마츠 에크가 안무한 (모던 발레) ‘카르멘’ 리허설과 공연보면서 작품 해석에 충격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고 전했다. 그전까지 ‘백조의 호수’, ‘지젤’, ‘호두까기 인형’ 등만 보다 발레리나가 무대에서 시가를 피는 모습을 본 것도 충격이었다고 했다. 이후 POB에서도 몇 번 마츠 에크 작품을 무대에 올려 참여하고 싶었지만 본인은 주로 고전발레를 담당해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바스티유와 가르니에 두 극장이 있어요. 한 극장에서 ‘카르멘’ 같은 현대무용을 하면 옆 극장에선 클래식(고전) 무용을 하는데 저는 현대무용보다 클레식 쪽으로 투입됐어요. 그래서 앞으로 10년간은 현대무용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오페라단에) 밝혔고 기회가 되면 (마츠 에크 작품 등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박세은과 동료들은 시즌 마지막 공식 무대를 얼마 전 미국 로스엔젤레스 ‘할리우드볼’(세계적 야외 공연장)에서 끝내고 지난 23일 입국했다. 그는 “사실 시즌 마지막이 되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게 된다. 하지만 지쳤을 때 제일 좋은 춤이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굉장히 아끼는 실력 있는 친구들과 함께 시즌을 고국에서 끝낼 수 있게돼 굉장히 설레고 너무 행복하다. 동료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고국 팬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물하기 위해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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