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반한 소덕동 '500살 팽나무'..진짜 천연기념물로?

유승목 기자 2022. 7. 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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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선 보호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문화재청도 팽나무 역사성 주목해 천연기념물 조사 진행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회에서 등장한 팽나무의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경기도 소덕동에 있는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됐습니다. 문화재청은 이 팽나무가 역사성, 경관성, 심미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생육상태가 양호해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1일 방영된 장안의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회를 마무리 짓는 극중 언론보도 내용이다. 경해도 기영시 소덕동에 위치한 마을의 자랑거리인 노거목 팽나무는 문화재당국으로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며 개발행위로 존폐위기에 처한 마을주민들을 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은 마을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팽나무가 현실세계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서다. 극중 "간절할 때 기도 한번 안 한 사람이 없다"고 표현된 팽나무에 마음을 빼앗긴 '우영우 바라기'들이 이 팽나무를 찾아 저마다 인증샷을 남기는 가운데 문화재청도 실제 팽나무의 자연문화유산 가치 판단에 나섰다.
500살 노거목, 실제 천연기념물로?
소덕동 팽나무로 나온 창원시 북부리 팽나무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소덕동 팽나무가 실제 위치한 곳은 경남 창원시 북부리다. 수령은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되고 수고(나무 높이)와 가슴둘레는 각각 16m와 6.8m다. 수관폭(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은 무려 27m에 달할 정도로 커다랗다. 팽나무 중에서도 비교적 크고 오래된 나무에 속하는 편으로 현재는 창원시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받고 있다.

팽나무는 오래된 시골 마을의 입구에서 으레 볼 수 있는 나무다. 팽나무가 한반도 중남부지방에 주로 사는 장수목으로 전국 곳곳에 분포할 뿐 아니라 마을의 대표적인 당산목(堂山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산나무는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모셔지며 제사를 지내주는 나무로, 마을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문화재청이 27일 이 팽나무에 대한 실제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조사에 나서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측에서 팽나무를 소재로 삼으면서 문화재청에 자문을 구한 적은 없지만, 이 팽나무의 쓰임새와 수려한 모습을 고려하면 극중에서 언급한 대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문화재적 가치를 조명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문화재당국은 천연기념물 식물을 지정할때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를 따진다. 보호수의 경우 생물학적 가치를 많이 보는데, 당산나무 같은 경우엔 역사적 가치도 살핀다. 문헌이나 기록, 구술에 등장해 우리 고유의 생활인 민속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 가치까지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호 문화재청 연구관은 "천연기념물을 지정하려면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를 따져야 하는데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이 기준에 부합하지는 여부에 대해선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가 직접 확인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창원시 북부리의 팽나무가 기존 천연기념물 팽나무와 비교해봤을 때도 가치가 있어 보이고, 여러 자료에서 당산제를 지냈던 사례도 확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 되면 마을 수호신 힘 커진다?
/사진=창원시 SNS
팽나무가 보호수에서 천연기념물로 신분이 바뀌기까진 수 개월 가량 걸릴 전망이다. 우선 이달 내로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등이 현장 조사를 마치고 나서 몇 차례의 가치판단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이 단계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큼의 중요성이 적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 후 마을 주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드라마로 화제가 되자 부랴부랴 관리에 나섰단 비판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보호수 등 목록을 문화재 당국 차원에서 마련해 관리하고 있는데 팽나무도 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천연기념물 등 자연유산에 대한 인식이 환기되고, 극중 사례가 문화재보호를 위한 정부 정책목표와 부합한다는 점을 고려해 조사를 추진하게 됐단 설명이다.

전국 단위로 개발행위가 늘어나면서 전통문화나 문화자연유산이 훼손될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드라마에서처럼 천연기념물이 갖는 힘은 상당하다. 기초지자체 단위의 보호수에서 국가 문화재급인 천연기념물로 승격되면 인근 개발 같은 생육에 저해되는 요소를 막는데 강제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시 출범 후 첫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세종 임난수 은행나무'(구 세종리 은행나무)는 국회 분원 부지 근처에 위치해 고급주택단지 계획이 있었지만, 이 은행나무가 심긴 '행단'(杏壇) 양식의 가치와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한 주민들과 지자체가 힘을 합치면서 역사공원으로 조성되게 됐다.

이 연구관은 "2020년 문화유산헌장을 바꾸면서 자연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는 내용을 넣었다"며 "개발도 중요하지만 지역공동체를 구심력있게 잡아주는 자연유산의 힘과, 후손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물려줘야 할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팽나무 같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지정조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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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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