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현대제철, 尹정부 노조 원칙주의 다시 시험대 오른다
다음은 현대제철이다. 윤석열정부의 대(對) 노동조합 원칙주의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다. 기업들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이어가 달라고 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퍼펙트스톰'이 몰려오는 가운데 경영현장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여달라는 간절한 외침이다. 노조 역시 법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주장해야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함께 시험대에 섰다.
25일로 무려 85일째를 맞은 현대제철 정규직노조의 당진제철소 사장실 불법점거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같은 듯 다르다. 대우조선 하청지회 파업과 마찬가지로 불법이고, 초반에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똑같다. 다만 주체가 정규직노조라 건드리기 어렵다는 점과 전폭적인 사업장 점거가 아닌 탓에 눈에 보이는 금전적 피해가 적다는 점은 다르다.
대우조선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되면서 외려 현대제철 사태에 기업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대우조선 하청지회는 원칙을 앞세운 정부와 기업의 일관된 강경대응 속에서 변변한 소득 없이 파업을 접었다. 우리 기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후진적 노사문화가 개혁의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움튼다. 윤석열정부가 현대제철 사태 해결에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가 노동개혁 초반전의 바로미터다.
정부도 곧바로 고삐를 당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불법적 관행은 근절하고 노사분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법과 원칙의 테두리 내에서 자율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서 한계기업들의 손실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원사격했다.
기업들의 절박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이미 왜곡의 단계를 넘어섰다. 노조의 반대로 생산품목을 유연하게 조정하지 못하고 해외 공장 신설이나 신제품 개발이 발목잡힌다. 국내외 경영기관들은 한국의 노동개혁에 대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COVID-19)팬데믹 이후 다시 달려야 하는 한국 기업에 노동문화는 가장 큰 족쇄일 수밖에 없다.
노조를 향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 취급을 받던 노조는 어느새 '갑질'이나 '몽니'의 상징 취급을 받는다. 노조를 동정하고 동조하던 여론은 차게 식었다. 각종 불법쟁의행위에 국민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노동개혁이 비단 정부나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노조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이번 대우조선 하청지회 불법파업 사태는 극명하게 보여줬다.
현재진행형인 현대제철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에 따라 향후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은 물론 한국의 노사문화가 상당히 영향을 받을거라는 전망이 나오는건 이 때문이다. 조건은 쉽지 않다. 정규직 노조의 불법 점거에 공권력도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 사측도 지난해 비정규직 노조가 당진제철소 시설을 무단 점거했을땐 곧바로 움직여 퇴거명령을 받아냈지만 이번엔 경찰 고발 조차 망설였다.
경찰에 고발하는 정도로는 노조의 자체적인 해산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행정부도 미온적이어서다. 85일째 불법점거가 이뤄지고 있지만 조사조차 최근에야 본격화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대우조선 하청지회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게 됐다면 불법행위가 승리로 포장돼 다른 조선소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재현됐을 것"이라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노동행위에 엄격한 잣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대우조선 사태의 금전적 손실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은 그간 정부·정치권 눈치를 살피느라 노조에 적당히 양보할 수밖에 없던 게 사실"이라면서 "불법을 자행한 기업에 엄벌을 내리는 것처럼 불법을 자행한 노동계에도 정부가 엄정히 대해야,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가 협의하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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