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에 괴이한 보름달 '둥둥'..새만금 방조제 안쪽과 바깥쪽 바다에 해파리 창궐, 왜?

김기범 기자 2022. 7. 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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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 안쪽 전북 군산 비응도 연안에 대량 발생한 보름달물해파리.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제공.

“눈에 보이는 곳마다 해파리가 수십마리씩 떼를 지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어민들이 며칠 동안 잡아내면서 줄어든 게 그 정도였어요.”

지난 22일 새만금 방조제 안쪽 전북 군산 비응도 연안을 살펴보던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방조제 완성 후 해수 유통을 제한적으로만 실시해온 새만금 방조제 안쪽의 상황이 한눈에 봐도 매우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 전북 군산 비응도 연안에 대량 발생한 보름달물해파리를 어민들이 잡아 대야에 담아놓은 모습.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제공.
해마다 반복되는 새만금의 ‘보름달물해파리’ 창궐

주 연구원의 눈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해수면 곳곳에 부유하고 있는 해파리떼였다. 어민들이 군산시로부터 일당을 받으면서 해파리를 잡았지만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수면으로 다시 올라오곤 하는 해파리 수에는 큰 변화가 없어보였다. 주 연구원은 “배수갑문을 열면 해파리가 방조제 바깥으로 나가기도 하기 때문에 방조제 바깥쪽의 부안과 변산 앞바다에도 해파리가 많아졌고, 어민들이 해파리 잡기에 나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보름달물해파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이달 들어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 급증한 해파리는 ‘보름달물해파리’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이후 반복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파리를 그때그때 잡거나 해파리 유생(폴립)을 미리 제거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연안의 수질 오염이 심화되고, 기후위기로 인해 해수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해파리 대량 발생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보름달물해파리 출현율 연별 변동.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이달 들어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출현율…전국 연안에 해파리 번무

해파리가 많이 관찰되는 시기는 매년 5~12월인데 올해는 7월 들어서면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해파리 출현율을 보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현지 어민들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는 보름달물해파리의 지점별 출현율은 지난 15~21일 사이 충남 75.0%, 경기 66.7%, 전북 36.8%, 전남 50.0% 등에 달한다.

해파리 창궐은 바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어업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해파리가 동물성플랑크톤을 다 먹어 버리면 물고기들이 줄어든다. 해파리로 인해 물속의 용존산소량이 줄어들면서 수질도 악화된다.

2022년 7월 15일 ~ 7월 21일 한국 연안 해역 해파리 분포도.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해파리 창궐은 수질 오염탓…유일한 해법은 해수유통

해파리가 창궐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수질 오염과 수온 상승, 생태계 훼손 등을 꼽는다. 수질이 악화되면서 해파리가 쉽게 창궐하고, 해파리가 늘어나면서 수질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방조제로 물길을 막기 전에는 새만금으로 이어진 만경강과 동진강 등을 통해 내려오는 질소, 인 등을 포함한 유기물질들이 바다로 흘러갔는데 현재는 이런 물질들이 방조제 안쪽에 계속해서 고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해파리는 초기 유생 단계에 달라 붙을 수 있는 단단한 물질이 필요한데, 콘크리트 방파제와 옹벽 등이 적당하다. 방조제 내측의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면서 해파리를 잡아먹는 천적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보름달물해파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수유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지만 여러 광역·기초지자체와 8개 정부 부처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탓에 의견 조율조차 쉽지 않다.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수질 악화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해부터 전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해수유통 확대와 조력발전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주 연구원은 “지금이라도 배수갑문을 여는 것은 물론 방조제 일부 구간을 트고 현수교로 연결하는 등 해수유통을 늘려야만 방조제 안쪽과 바깥쪽 바다의 생태계 훼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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