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도 전에 '최대 위기' 윤희근 후보자..'강대강' 대치에 '해법 묘연'

이승환 기자 2022. 7.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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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신뢰 회복' 숙제 안고 리더십 시험대..수습 쉽지 않을 듯
'윤희근 사퇴론'에 이상민 '쿠데타' 발언..내부망에 성토글 도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경찰청장 후보자와 전국 경찰직장협의회(직협) 대표 등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7.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54·경찰대 7기)가 취임도 전에 초유의 경란(警亂)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윤 후보자가 행정안전부와 경찰 구성원들의 '강대강' 대치 상황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더라도 내부 반발을 감안하면 이전 청장들에 비해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윤 청장은 취임 직후 조직 화합과 조직 장악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25일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를 비롯한 지휘부를 성토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부산의 한 경찰관은 윤 후보자를 겨냥해 "조직을 위해 청장직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청장이 하고 싶을까"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다른 경찰관은 "국민과 조직원들을 외면한 채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경남의 다른 경찰관은 "(이상민) 장관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지휘부가 정치 행위를 하면서도 하위직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지난 치안감 인사 때 경찰을 국기문란 집단으로 뒤집어 씌웠고 짐도 챙길 시간도 주지 않고 수십 명의 치안감을 발령냈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총경들이 대의를 위해 뜻을 모았다", "경찰국 설치 반대 열기가 방방곡곡 퍼질 수 있도록 하자", "경찰 수뇌부 부끄럽다", "나를 징계하라" 등 거칠고 원색적인 글이 경찰 내부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일선 경찰 뿐 아니라 경찰의 '꽃' 총경들도 윤 후보자 등 지휘부가 경찰국 신설을 막지 못했다며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는 경찰들의 집단 반발을 강공으로 돌파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 추진을 반대하는 경찰 서장 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로 규정하며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지도부가 회의 시작 전, 그리고 회의 도중 명확하게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적법한 직무명령에 대해 불복종을 한 사안"이라며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됐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국 반대 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지난 23일 회의 2시간 만에 대기발령 조치되며 사태는 '수습 불가' 수준으로 격화했다는 평이다. 당시 회의에 참가한 총경급 경찰관 56명은 현재 감찰를 받고 있다.

특히 류 총경이 이번 대기발령에 윤 후보자가 아닌 배후의의 입김이 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해 윤 후보자 '패싱'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류 총경은 "이번 대기발령 조치야말로 (행안부의) 인사권 장악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준다"며 "윤 후보자로부터 (전국 경찰서장 회의) 대표자들과 25일 오찬하며 이야기를 하자는 요청을 받았는데 (갑작스레) 인사조치가 이뤄졌다. 대기발령이 (서장들과 소통 의지가 있던) 후보자의 뜻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자는 서면 간담회에서 "복무규정 위반 행위로 판단한 만큼, 류 총경이 한 지역의 치안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찰서장으로서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서장회의를 무리하게 인사 조처했다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후보자 등 지휘부가 경찰국 반발을 주도했던 직장협의회(직협)와 협의하고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 안팎에서는 윤 후보자가 임기 초 강한 그립(장악력)을 보였던 이전 청장들과 달리 취임 직후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자 입장에서는 내부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누구보다 윤 후보자가 곤혹스러운 심정일 것"이라며 "서장 회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사 및 감찰 조처로 조직을 더욱 혼란에 빠트렸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서장 회의가 '대기발령' 사안인지 경찰 내부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며 "이상민 장관이 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했는데 이런 강공 대응이 사태를 악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시행령안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해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부결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 경찰국 신설을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희의론도 적지 않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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