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예비경선, 단일화 없이 치르나?..각자도생하는 당권 주자들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당대표 예비경선이 후보 단일화 없이 치러지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 당권 주자들은 예비경선 국민여론조사를 하루 앞둔 25일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이재명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했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당 혁신안·정치개혁안을 발표하거나, 이 의원의 ‘셀프 공천’, ‘사법 리스크’ 논란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원인을 심화시키겠다는 ‘빨간색 청개구리’ 같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초대기업 감세 정책, 서민 지원 축소 등을 보면 양극화를 심화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경제·민생 대책이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카운터파트로 삼으면서 다른 당권 주자들과 차별화를 도모하고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혁신 경쟁을 벌였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당론, 개혁 입법 과제 등 중요 안건의 ‘권리당원 총투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정치 혁신안으로 발표했다. 강병원 의원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위성정당방지법 입법을, 박주민 의원은 차별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입법을 공약한 바 있다.
일부 비이재명(비명)계 당권 주자들은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셀프공천 논란과 사법 리스크를 집중 견제했다. 설훈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 의원이) 느닷없이 송영길 전 의원 지역에까지 가서 국회의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셀프공천이) 도덕적으로 있을 수 있는 문제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용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 의원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리스크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있다”며 “본인에게 탈당을 권유하거나 당무를 정지하는 당헌·당규상의 판단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을 뺀 주요 당권 주자들은 아직 단일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예비경선 국민여론조사 전날인 이날은 1차 단일화의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여론조사가 이뤄지는 26~28일에는 단일화하더라도 사퇴한 후보의 표가 무효표로 처리돼 단일화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당권 주자들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막기 위해 뭉치자는 쪽과 완주하겠다는 쪽으로 나뉜다. 강병원, 박용진, 설훈 의원은 단일화에 긍정적이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미온적이다.
단일화 합의가 쉽지 않은 이유는 예비경선 통과에 대한 각자의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민여론조사 30%,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원 투표 70%를 합쳐 최종 대표 후보 3명을 추린다. 단일화에 미온적인 박주민 의원은 높은 인지도에, 강훈식·김민석 의원은 중앙위원 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후보 3명이 추려진 이후에 단일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예비경선 이후에도 단일화 불씨는 살아 있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대표 예비후보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은 26일 호프 회동을 통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한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호프 미팅으로 담판이 만들어지기는 조금 어색한 타이밍이지만, 내일이나 모레라도 공개적인 (단일화) 의지를 표명한 후보들의 뜻을 모아 공동 입장을 발표하는 방식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누가 살아남더라도 예비경선 이후 단일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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