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윤희근 리더십.."14만 경찰수장 자격 없다" 사퇴론 확산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강연주 기자 2022. 7.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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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감찰 방침이 도화선이 됐다.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후보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 정부의 ‘경찰 통제’를 둘러싼 여권과 경찰의 갈등이 윤 후보자 등 경찰 지휘부와 일선의 대립과 갈등으로 전이된 것이다.

윤 후보자는 25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총경회의를 주도했다 대기발령 조처된 류삼영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자는 “청장 후보자로서 모임 중간에 중지하고 해산해달라는 요청을 2~3차례 했다”며 “확인 결과 류 총경은 직무명령을 본인 스스로 판단해 거부했을 뿐 아니라 다수의 참가자에게 전달도 안했다. 책임 정도가 중해 대기발령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자는 총경회의 참석자들이 형사 처벌 대상인지 묻는 질문에는 “주도자와 일반 참석자들은 책임의 경중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사실확인 조사를 통해 응당한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형사범죄”라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는 이 장관이 총경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한 것에 대해서는 “의도를 알 수 없지만 총경들이 지역 사회의 치안 책임자로서 막중한 역할하고 있기에 이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걸 엄중하게 보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일선 경찰들이 2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으로 보낸 근조화환이 트럭에 실려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총경을 대기발령하는 등 경찰 지휘부의 강경한 조치에 반발하는 의미를 담았다. 강윤중 기자

경찰청이 밝힌 류 총경 징계 사유는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지시명령과 해산 지시 불이행에 따른 복무규정 위반이다. “(류 총경이) 해당 지시를 거부하고 참석자들에게 즉시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모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복무규정 위반’이라는 윤 후보자의 입장은 대통령실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기본 입장과 같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 문답에서 총경회의 등에 대해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상민 장관은 이날 오전 언론 인터뷰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했다. 윤 후보자도 이날 오전 서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고, 퇴근길에는 발언 수위를 높였다. 대통령실과 이 장관, 윤 후보자가 메시지와 발신 시점을 조율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자의 발언은 경찰 내부를 진정시키기보다 도리어 반발을 키우고 있다. 윤 후보자와 일선 경찰이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총경회의 참석자들은 당시 회의에 대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A총경은 “회의 도중 내려온 ‘지시’가 해산을 명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류 총경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회의를 중단했으면 좋겠다’ ‘(회의실) 대관시간인 7시를 넘겨서는 안 된다’ ‘성명서 발표는 안 했으면 한다’는 세 가지 요청이 있었다”며 “회의도 6시에 마쳤고, 취합된 의견을 후보자에게 전달하자는 얘기를 하던 중에 대규모 감찰, 인사조처가 통보됐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전국에서 모인 경찰관들이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B총경은 “직무상 명령이라고 주장하는데, 직무와 관련된 지시가 아니었다. 또 해산명령이 성립하려면 회의의 성격을 ‘집회’로 규정해야 하는데 옥내에서 진행된 것으로 집회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내부망을 통해 회의 장소와 일정이 다 공지가 됐고, 청장 후보자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아무리 경찰관이라해도 국민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들인데, 집단행위로 매도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C총경은 “당시 정치적 발언을 모두 배제했고, 현안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비난받을 소지가 있는 서장들은 다 온라인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을 요약하면, 윤 후보자가 납득할만한 사유도 없이 돌연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류삼영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총경을 대기발령하는 등 경찰 지휘부의 강경한 조치에 반발한 경찰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들이 25일 서울역에서 행안부의 경찰국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경찰 내부망에는 윤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이어졌다. 한 경찰관은 ‘당신은 이미 우리들의 경찰청장 자격을 잃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어떻게든 당신은 우리의 경찰청장이자 수장이 되겠지만, 당신을 경찰청장으로 모실 마음이 추호도 없다”며 “진정한 수장이라면 조직원들을 위해 희생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 (중략) 지금이라도 왕관의 무게를 내려놓으심이 어떤가”라고 썼다.

한 고위 경찰 관계자는 “그간 윤 후보자의 행보를 보면 행안부에도, 일선에도 좋은 말만 하려다 일을 그르친 게 아닌가 싶다”며 “서장회의를 계기로 정부 쪽으로 완전히 선회한 입장을 보이면서 직원들이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휘부와 이상민 장관에 대한 성토로 경찰 내부망 서버가 불안정할 지경”이라며 “윤 후보자는 속전속결로 벌어진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조치의 배경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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