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좌충우돌' 언행이 경찰국 신설 갈등 심화 지적

김원진 기자 2022. 7. 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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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경찰 통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장관은 25일 경찰서장 회의를 12·12 쿠데타로 몰아세우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경찰 조직의 반발을 부추겼다. 야당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까지 거론하는 등 이 장관의 행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 경찰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은 이 장관의 ‘좌충우돌’ 행보가 갈등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언론과 만나 지난 23일 열린 총경회의를 두고 “12·12 쿠데타와 같다”고 말했다. ‘강 대 강’ 국면이었던 경찰과 정부의 대립 양상 부추긴 발언이었다. 이후 이 장관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했다. 행안부도 이날 오전 9시 넘어서야 일정을 통보받았다. 이날 브리핑은 오전 11시에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는데, 브리핑을 준비할 행안부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했다.

이 장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한 발언이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총경회의를 주도하거나 참석한 인사들의 징계 혹은 감찰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러나 총경회의에 참석한 경찰 간부를 두고 “단순한 징계 차원을 넘어선 게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한 적은 없고, 단순한 징계사유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 ‘수사·징계 가이드라인’을 내려준 셈이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인사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총경회의)와 관련해 행안부가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은 없다”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나 다른 경찰청 관계자와 연락을 취하거나 의사소통한 적 없고 할 사안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경찰청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오해’를 재차 강조했다. 경찰국과 경찰청장 지휘 규칙이 새로 만들어지더라도 행안부가 경찰의 치안 업무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데, 경찰이나 언론이 오해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언론과 국민에게 경찰국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오해의 소지 없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행안부는) 일반적인 (경찰의) 치안 업무를 지휘 통제하려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건 이 장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장관은 앞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와 브리핑에서 행안부 장관이 전 정권의 수사가 미진한 사항 등에 대해 경찰에 수사 지시 내지는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법조계에서는 “행안부 장관의 업무 범위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어도 수사 지휘는 행안부 장관의 업무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후 행안부는 “수사가 미진한 사건에 대해 장관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본인의 평소 주장을 굽히면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장관은 행안부 장관의 업무를 범위를 이야기하면서 “치안 업무 자체가 아니라 치안 업무를 지휘·감독을 할 수 있는 견해입니다만”이라고 말한 뒤 “논란 만들지 않기 위해” 치안 업무와 관련된 내용은 관여하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판사 출신의 법조인이지만 발언 중 용어 선택에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 인터뷰에서 총경회의가 “최고통수권자의 해산명령을 어겼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가 최고 통치자로 헌법상 군 최고통수권자는 대통령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급하게 말하시다 보니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장관이 말씀하신 해산명령의 주체는 경찰청장”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날 이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장관의 ‘하나회의 12·12쿠데타’ 발언에 대해 “경찰 중립성을 지키고자 하는 서장들을 쿠데타에 비교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이 장관이) 말을 심하게 한다. 판사 출신의 인권의식이 이 정도 수준이어서 되겠냐”며 이같이 지적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장관에게 “내부 의견 수렴도 금지된 집단행동이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이 장관이 “공무원의 집단행동은 금지되어 있다”고 하자 이같이 질문했다. 박 의원은 이 장관이 ‘쿠데타’라는 비유를 쓴 데 대해서도 “이번 경찰들 모임에 내란 목적이 어떤 게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5선인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즉각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위헌 위법 행위를 함부로 감행할 뿐만 아니라 일방독선적 행태로 세상을 시끄럽고 어지럽게 만들고 있는 등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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