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자기정치' 아이러니..당 떠나자 '차기 당권주자 1위'
당내 분위기는 '냉랭'..'이준석 지우기' 본격화?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전라남도 진도 길거리 한복판에서 지난 22일 밤 울려 퍼진 노래다. 가락의 주인공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지난 8일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 대표는 중앙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는 대신 전국 순회를 통해 유권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물리적인 거리는 중앙당에서 멀어졌지만, 오히려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직무정지 상태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징계 처분 이후 당에 복귀하기 위한 포석을 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당 안팎의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이 대표는 6개월 뒤 '무사 귀환' 할 수 있을까.
이준석, 당에서 멀어져도 민심은 '1순위'
25일 시사저널이 접촉한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서진정책'이 활발하게 언급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 등반을 계기로 잠행을 끝낸 뒤 본격적으로 전국을 누비며 2030 당원 등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전국 지방 유세에 나서는 모습과 닮아있다는 평가다. 2주 동안 이 대표 일정의 대부분이 호남 지역에 쏠려 있어, '이준석 표 서진정책'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이 대표도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향해 공개적인 구애에 나섰다. "당원 가입하기 좋은 날"이라며 가입을 유도하는 SNS 글을 꾸준히 게재하면서다. 국민의힘에선 한 달에 1000원 이상씩 석 달 이상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되면 전당대회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대표 측은 중징계 처분 이후 복귀 및 전당대회 재출마를 공언해 온 만큼, 당내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자기 정치'의 사전 포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심도 들썩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이 대표가 1순위에 꼽혔다. 지난 20일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스트레이트 뉴스 의뢰, 16~18일 조사, 1000명 대상)에선 이 대표의 지지율이 25.2%로, 당내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18.3%)‧김기현(4.9%)‧장제원(4.4%)‧권성동(3.1%) 의원 보다 크게 앞섰다. 모순적이게도 당에서 멀어질수록 이 대표의 인기는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준석 지우기' 시동 걸리나
민심과 달리 당심은 냉소적인 편이다. 오는 8월 이 대표를 둘러싼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기소' 의견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성 관련 비위로 기소만 당해도 공천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이 대표는 전당대회 재출마는커녕 정치권 복귀도 어렵게 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이 대표는 '아웃' 됐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보합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2일(한국갤럽)부터 이날(리얼미터‧KSOI)까지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두 달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KSOI조사(TBS 의뢰, 22~23일, 1002명 대상)에선 0.2%포인트 소폭 상승(32.0%⟶32.2%)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국면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라는 해석과 함께, 이 대표의 징계로 불거진 당 내홍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란 평가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 받는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원 구성도 완료됐으니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이슈를 주도해나가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관련해선 "지방 순회에 나선 것은 '자기정치' 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지금은 당권을 안정화하는 데 당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당 지도부가 '이준석 지우기'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당 최고위원으로 선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두 인사는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임명을 반대해 온 인물이다. 이들이 최고위에 최종 합류할 경우,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엔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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