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반전 칼자루', 한동훈 장관이 쥐었다?
尹대통령 지지율 침체 속 '오른팔' 韓장관 존재감 커져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 여야 모두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 장관이 중심에 선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줄줄이 예고되면서다. 한 장관은 25일 대정부질문과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민주당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 대면한다. 지난 청문회 당시 '엉뚱한 질문'으로 질타를 받았던 '처럼회' 의원들이 반격을 벼르고 있어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차기 검찰총장 인선, 전 정부 주요 인사와 관련된 검찰 수사에도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부침으로 고민에 빠진 여권은, 한 장관의 '활약'을 고대하는 눈치다. 한 장관이 민주당과의 연전(連戰)에서 판정승을 거둘 경우 그 후광을 정부가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韓에 당한 굴욕 갚는다?…벼르는 '처럼회'
한 장관은 취임 후 공개 발언을 삼가왔다. 검사 시절 '조국 사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정치 현안과 관련해 거침없이 입장을 내왔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법무부 장관 청문회 당시 야권은 한 장관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부르며 공격한 바 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한 장관이 정권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런 한 장관이 오랜만에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다. 25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장관은 민주당의 '질문 공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범계 의원, 고민정 의원, 박주민 의원 등 당내 '한동훈 저격수'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들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선 실패 문제 ▲검찰 편중 인사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의원에 대한 수사 등 사정 정국 우려를 놓고 한 장관과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범계 의원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일, 법무부 장관 일, 검찰총장 공백이 지금 몇 달째인데 검찰총장 일까지 한다"며 "견제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은 필망이다. 그래서 제가 애정을 갖고 따끔하게 물어볼 것"이라고 국회 대정부 질문 공방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대정부질문에 이어 이어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도 강경파인 '처럼회' 소속 의원을 대거 배치했다. 민주당 법사위원 10명 중 '처럼회'는 김남국·김승원·김의겸·이탄희·최강욱 의원 등 5명에 달한다. '처럼회'는 한 장관과의 2차전을 벼르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처럼회'가 실언 논란에 휘말리며 한 장관의 입담만 부각, 오히려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처럼회' 소속인 김남국 의원은 한 장관 딸의 논문 의혹을 제기하며 '이 모 교수'를 '이모'로 착각해 엉뚱한 공세를 피며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한 장관 비판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한 장관의 선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지난 청문회를 통해 한 장관의 실력, 민주당 '처럼회'의 무능이 드러났다고 본다"며 "최근 검찰과 관련된 여러 우려, 의혹이 많은데 이번 대정부질의를 통해 한 장관이 말끔하게 해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 장관을 고리로 윤석열 정부의 '사정 정국'과 '인사 참사' 실태를 더 부각시키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한 장관은 '윤석열의 사람'이자 정부 실세 중의 실제"라며 "(대정부질문이) 정부의 사정정국 실태를 낱낱이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 장관과 정부의 민낯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줄줄이 이어지는 檢이슈에 '韓 존재감' 커질까
한 장관의 존재감은 대정부질의가 끝난 후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장관의 판단과 의견이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를 추려서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역할도 한 장관 몫이다. 한 장관이 누구를 추천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인사편중 논란'이 가중될 수도, 가라앉을 수도 있다.
이른바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과 당권에 도전한 이재명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 장관은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을 수사하는 검찰은 사실상 '한동훈 사람들'이란 게 법조계와 야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한 장관이 두 차례 인사를 통해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주요 간부를 대거 '물갈이'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수사 결과가 '정치 보복' 논란으로 번지게 되면, 야권의 화살은 가장 먼저 한 장관을 향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의 협조를 받으려면 야당을 자극하거나, 공격하거나, 수사하는 일을 자제해주어야 우리도 협력할 명분이 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한테 이야기 좀 잘 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권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그 책임을 한 장관에게 묻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 '오른팔'로 불리는 한 장관의 언행이, 여야 지지율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권한대행 등이 잇따른 실언 논란으로 실점한 상황에서, 한 장관까지 부정적인 평가를 얻게 될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더 침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한 장관이 선전한다면 정부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장관은 정부나 대통령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야 한다. '저 사람 보수인줄 알았는데 저런 일, 말을 하네?'라는 평가를 듣는다면 역량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른바 '정치 보복' 수사에 얽매이거나, 개별 수사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절제된 언행으로 오로지 실적과 정책으로 국민에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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