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순방 나선 러 외무..식량위기 매개 反서방 연대 구축
기사내용 요약
이집트·에티오피아·우간다·콩고 아프리카 4개국 순방
식량 위기 책임 美·서방에 전가…러시아 중심 결속 포석
라브로프, 4개국 신문 기고…"왜 美주도 질서 따르는가"
러 움직임에 물밑 외교전…美, 베테랑 해머 특사 파견
"소련 시절 엘리트, 아프리카 정부 내 多…러에 로열티"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두고 식량위기 책임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돌리고, 대러 제재에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결속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 부족에 대한 비난 책임을 서방에 전가하고,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충실한 동맹국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밤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도착과 함께 공식 순방 일정을 시작한 라브로프 장관은 이집트 일정을 마친 뒤, 에티오피아·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 등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순방에서는 항구 봉쇄로 5개월 이상 수출길이 막혔던 밀·옥수수·기름종자(기름을 짤 수 있는 씨)·해바라기유를 포함한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농산물과 러시아산 비료 수출 재개를 위한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합의 직후 이뤄진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집트를 첫 방문국으로 선정한 점에서 양자 관계 회복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집트는 자국 밀 수요량의 80%를 흑해 항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5개월 간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봉쇄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집트를 제외한 아랍과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식량위기 고통 속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 내에서 서방 제재 동참 쪽으로 여론이 돌아서는 것을 막는 게 주요 과제로 평가된다.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수출에 합의한 러시아·우크라이나·튀르키예·유엔 4자 협정 타결 직후 순방 길에 오른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풀이된다.
NYT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순방 전 4개국 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우리는 아프리카 동료 국가들이 국제사회 내 단극적 세계질서를 강요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시도를 승인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고문에서 대러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서방의 요청에도 지지를 보유한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그들이 보여준 독립적인 길은 깊은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고 NYT는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대러 제재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서방을 겨냥해 '황금의 10억'이라고 묘사하며 "왜 세계 인구의 일부에 불과한 '황금 억만 장자'가 제안한 행동 규칙을 모든 국가들이 따라야 하는가"라며 반(反) 연대 전선 유지를 촉구했다.
미국 등 서방이 과거 식민지 정책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착취해 현재 부(富)를 축적한 것을 빗대 '황금의 10억'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그러한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동참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환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아프리카 국가 54개국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 지지를 보류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읽힌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도, 그렇다고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도 않는 등 중립의 입장을 견지해왔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을 맡고 있는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수출 해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식량위기는 서방 제재 탓이며,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해 러시아산 비료의 수출제한이 우선 폐지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 때문에 라브로프 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은 카이로 주재 자국 대사관을 기반으로 물밑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아프리카의 뿔' 특사로 임명한 베테랑 외교관 마이크 해머 특사도 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에티오피아 등을 순방하고 각급 대표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콩고 주재 대사 등을 지낸 베테랑 외교관 해머를 아프리카 특사로 임명한 데에는 그가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우호 여론 조성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옥사나 마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24일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4자 합의에 관해 "우크라이나는 협정 이행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세계를 먹여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로바 대사는 그러면서 "러시아 군의 오데사 공습은 러시아가 선의로 행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는 4자 합의 이틀 뒤인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주요 수출 항구인 남부 오데사항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최초 미사일 발사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던 러시아는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자 하푼 대함미사일 등 군사기지를 공격이었다고 기존 설명을 번복한 바 있다.
비영리 단체 국제위기그룹(ICG) 무리티 무티가 연구원은 "러시아가 아프리카 대륙의 마음을 얻는 데는 옛 소련에서 공부했던 엘리트 그룹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소련이 남아공에서 보여준 반(反) 아파르트 헤이트(인종차별주의 정책) 노력을 지지했던 단체들은 더욱 러시아에 로열티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만일 더 많은 아프리카 정부들이 (당시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한다면 러시아는 실망할지 모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권위주의 정부의 기본은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는) 비동맹 노선을 유지한 채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편 몰래 직장 男동료와 카풀했다가 '이혼 통보'…"억울해요"
- 헬스장서 브라톱·레깅스 입었다고…"노출 심하니 나가주세요"
- "배곯은 北 군인들, 주민 도토리 뺏으려다 두들겨 맞고 기절"
- 비즈니스석 승객에 무릎 꿇고 사과한 男승무원…중화항공서 무슨 일?
- 무인 사진관서 '성관계' 커플에 분노…"짐승이냐, 충동만 가득"
- 효민, 조세호 9살연하 ♥아내 공개…단아한 미모
- 서울 20~40대 미혼여성 절반 "난자동결 고려"…대졸 이상 88%
- 무인점포서 바코드만 찍고 '휙' 나가버린 여성들…결국 검거
- 윤 지지율 10%대, TK도 급락…위기의 여, 김 여사 문제 해결·쇄신 요구 커져
- 뱀 물려 찾은 응급실…날아온 치료비 청구서엔 '4억원' 찍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