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마약..시진핑이 3연임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시진핑, 강하고 부유한 나라 추구
부패와 거리두며 민심 붙잡아
국가주의 색채 더 짙어졌지만
'중, 안정성·예측가능성 중시' 뚜렷
건강 문제 없다면 연임 불보듯
정치개혁에도 '중국 특화 방식' 적용
한국, 중 역할 경계하는 게 마땅
거대 이웃과 '균형' 관리 주목할 필요
중국은 왜 끈질기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까?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왜 활동이 없는가? 중국은 왜 외국 기자의 신장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 취재를 막는가?
현대 중국과 관련한 이런 ‘주요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인물이 있다. 14억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이다.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과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 이후 중국에서 가장 힘센 지도자로 평가받는 그가 이런 난해한 질문의 맨 끝에 서 있지만, 정작 이 인물의 속내를 알긴 어렵다. 그는 중국 신문과 방송 뉴스의 맨 상단에 가장 빨리 등장하지만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정작 중요한 관심사엔 답하지 않는다.
5년마다 열리는, 스무번째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가 올가을 베이징에서 열린다. 중국 전역에서 뽑힌 공산당 대표 2천여명이 중국공산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행사다. 관례대로면, 2012년 당 총서기에 오른 시 주석이 두번 연임으로 10년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나고 새 지도자가 나와야 하지만, 3연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 연구와 관련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는 케리 브라운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라우 중국연구소 소장과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시 주석의 지난 10년과 향후 행보에 관해 물었다. 2016년 <시이오(CEO) 시진핑>이라는 책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브라운 교수는 5월엔 <시>(XI)라는 책을 냈다. 브라운 교수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진핑은 어떤 지도자인가?
“중국 정치 체제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분명히 증명한 정치인이라고 본다. 서구에선 이 체제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는 중국의 현실 체제이며, 이른 시일 안에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그의 권력의 특징은 고도로 중앙 집권화됐지만 매우 복잡한 구조와 광대한 사회 속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시진핑을 강력한 성향을 가진 권위주의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독재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는 더 많은 가치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중국공산당이 권력 구조, 문화, 기풍을 갖고 중국을 지배하고 시진핑은 그 종복(servant)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나은 관점일 것이다.”
―<CEO 시진핑>을 펴내던 2016년의 시진핑과 2022년을 비교하면?
“그는 지난 6년 동안 달라졌지만 세상도 변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아직 미국 대통령이 아니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발생하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눈앞에 있지도 않았다. 시진핑의 권력과 그 성격의 대략적인 윤곽이 2016년에도 이미 꽤 분명했다고 생각하지만,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은 ‘더 넓은 세상’과 불확실하고 점점 나쁜 관계를 맺게 되며 서구식 정치 모델과 사상에 훨씬 더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 같다.
2017년 19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은 더 국가주의적이 되고 국내 권력은 증가했다. ‘더 커진 세상’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현재 자국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상당히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이후 가장 강력한 중국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떻게 이런 위치에 오르게 되었는가?
“공산당이 중국에서 권력을 계속 독점하려면 ‘정치적 비즈니스’를 해야 하며, 돈벌이와 사업에만 정신이 팔려서는 안 된다.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마찬가지로 경제 자체에는 관심이 없지만, 당이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로서 ‘경제’에는 매우 큰 관심을 가진 듯 보인다.
반부패 운동은 관료들에게 ‘돈벌이가 아니라 정치적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최근 민간 기업들에 가해지는 강력한 압박도 이런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은 시진핑의 모든 결정과 행동을 탁월하게 이행한다. 동시에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의 충실한 하인이자 관리인이다. 이런 점은 그의 정치가 상당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이 분명히 세계적인 우위를 얻고 있는 시기에 더욱 그렇다.”
―시진핑 10년 동안 중국은 꾸준히 경제 성장을 이뤘고, 미국과 맞서는 강대국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빈부 격차와 사회 통제가 심화됐고, 국제적으로 인권과 국제질서를 파괴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지난 10년간 시진핑의 초점은 중국공산당의 권력을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권력이 추구하는 목표는 중국 지도자들이 ‘150년 동안의 주변국화와 희생’이라고 표현하는 고난을 다시 겪지 않도록 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강하고 부유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시진핑의 임무는 중국 특색이 담긴 현대성을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민족주의적이고 애국적인 많은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시진핑의 근거지가 됐다. 그러나 더 많은 주변 집단에 대해 그가 무자비하게 접근한 것도 사실이다.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의 지도력에 도전한다고 비판받는 시민사회, 반체제 인사, 소수민족은 전례 없는 기술적 무기와 억압적인 조치들로 탄압받았다.
냉혹한 진실은 대다수 중국인이 시진핑의 민족주의와 전례 없이 지배적이고 강력한 국가를 매력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아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어필한 지지층보다 시진핑의 지지 기반이 훨씬 넓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시진핑이 거둔 중요 성과를 국내, 국외에서 하나씩 꼽아달라.
“(국내적으로 보면) 시진핑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는 중국의 정치와 경제의 경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비록 독재적이고 고압적이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더는 부패한 것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 게다가 시진핑은 사회적 공평성을 더욱 강조하는 것으로 신흥 중산층에 어필했고, 바깥 세계에는 중국의 이야기들을 더 분명히 표현했다. 중국의 이야기와 비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시진핑이 전임자들처럼 이에 대해 침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진핑은 목소리를 내고 있고 모호하지 않다.”
―시진핑 10년 동안 사회적 통제와 감시가 매우 강화됐다. 중국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움직임이 없는데 왜 그런가.
“시진핑은 중국의 이전 지도자들과 달리 그들이 꿈만 꿀 수 있었던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큰 장점이며, 그가 ‘테크노 독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이 당이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밝히기 위해 조직을 꾸리는 것은 어느 때보다 분명히 어렵다. 그러나 이것이 시진핑의 ‘근육질’ 민족주의와 더 단호한 태도를 많은 중국인이 선호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중국인들은 억압 때문이 아니라, 억압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을 지지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에, 시진핑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코로나19는 중국과 외부 세계 사이의 분열을 심화시켰다. 서구와 중국 사이의 적대감을 훨씬 더 분명히 만들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상하이 봉쇄에서 보듯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있고, 국제 공급망에 미치는 부담도 크다. 왜 제로 코로나를 고수할까?
“아마도 중국 백신의 낮은 품질, 낮은 공중보건 수준이 미국과 유럽에서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로 코로나는 매우 현실적인(낮은) 사망률과 사회적 안정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두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하는데, 시진핑은 올가을에 임기 연장에 나설까?
“권력은 세상에서 가장 중독성 강한 마약이다. 어떤 현실적인 장애물도 없는데, 시진핑이 더는 임기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현재로써는 확실한 후계자가 없고 그의 은퇴는 공산당 체제가 매우 싫어하는 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정치적 방향을 중국을 세계적으로 더 지배적이고 영향력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으로 잡았다. 건강상의 이유 외에 그가 권력을 어떻게 놓게 될지 알기 어렵다.”
―전임 지도자인 장쩌민·후진타오와 달리, 시진핑은 왜 지금 ‘10년 집권’ 관례를 깨려 하나?
“‘10년 통치’는 흔한 오해이다. 실제 당에 대한 지도력과 관련해 이런 규정은 없었다. 국가주석의 임기는 5년씩 두번으로 제한되었지만, 시진핑이 그것을 2018년 없앴다. 여러 면에서, 중국은 지도자의 임기에 관한 엄격하고 확실한 규칙이 없다. 정치 지도자들은 자주 규칙과 법률을 바꾼다. 영국이나 미국 같은 곳보다 훨씬 덜 법치주의적이고 경직된 체제인 중국의 시진핑이 그 규칙을 다시 쓴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특히 그 규칙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당신은 시진핑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진핑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전통을 따르는 지도자로서 주민들의 만족을 추구한다. 덩샤오핑과 장쩌민, 후진타오는 중국이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근대화를 이루고 위대하고, 부유하며, 강력한 국가가 된다는 동일한 목표를 달성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시진핑이 그 결실을 딸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이를 달성한다면, 그 만족감이나 중국 역사책이 그에게 부여할 지위와 견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 수준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도 중국 국민은 공산당의 강력한 사회 통제를 받아들일까?
“중국의 정치 개혁이 더 시급해질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꼬리표를 붙인다고 해도, 중국에 매우 특화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마르크스주의를 매우 구체적인 모델로 재설계하고 다시 그렸는데,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처럼 분열을 초래하는 정치인이 출현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 체제에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다. 중국 정치에서는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대중국 감정이 매우 좋지 않다. 시진핑의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나?
“한국은 중국의 이웃 국가이므로 중국의 태도에 회의적이기도 하고 지역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경계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국은 또한 중국이 지위를 원하면서 책임을 원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기 일을 하면서, 거대한 이웃의 ‘체면’에 부합하는 균형을 관리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만을 놓고 미-중 갈등이 크다. 수년 내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만과의 분쟁은 가능하지만, 중국이 침공한다면, 모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발언은 맹렬할 것이고, 대만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했던 것처럼 대만을 침략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륙 작전은 지상전보다 훨씬 어렵다. 중국이 경솔하게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는 대만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다. 대만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이를 피해왔다. 이는 ‘현상 유지’를 위해 지속해서 관리돼야 하는 문제다. 언젠가 해결책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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