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경찰서장 회의, 복종 의무 위반일까? [법잇슈]

구현모 2022. 7. 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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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 참가자들을 징계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이를 두고 적법하지 않은 절차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청은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을 국가공무원법 57조 위반으로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대규모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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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찰서장회의 참석자 징계한다는 경찰청
경찰국 신설 내부 반발 잠재우기 위한 무리수
전문가들 "행정소송 가면 뒤집힐 가능성 커"
경찰청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 참가자들을 징계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이를 두고 적법하지 않은 절차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경찰의 집단행동을 두고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 “징계 사안이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경찰 지휘부가 내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인사 조치되면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총경에 이어 팀장급인 경감, 경위 회의까지 제안되면서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은 더욱 심해질 조짐이다. 뉴시스
◆복종 의무 위반 vs 경찰청의 직권남용

경찰청은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을 국가공무원법 57조 위반으로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대규모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가공무원법 57조에는 ‘공무원은 직무 수행 시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경찰청의 해산 명령이 직무상 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지난 23일 회의가 열렸을 때 해산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도 참석자들이 회의를 강행했다는 것이 경찰청의 입장이지만 참석자들은 해당 회의를 직무의 범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서장들이 휴일에 관외 여행을 신청한 뒤 인재개발원에 모여서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한 것일 뿐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공무를 집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류 총경은 이날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해산 명령이) 직무 명령이라 하면 수용하고 복종할 의무가 있는데 이건 직무가 아니지 않나?”라며 “관외 여행 신청을 하고 세미나 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직무 명령을 내릴 수가 있나. 그건 직권남용이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대체로 직무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근무하지 않은 날 세미나나 모임을 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명령한다면 모든 사적인 활동이나 모임도 지휘부가 하지 말라 하면 말아야 하나. 일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도 (명령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장들이 회의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해산 명령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며 “만약 징계 처분에 대한 소송으로 가게 된다면 해산 명령의 적법성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내용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행정소송에서 징계 처분 뒤집힐까?

류 전 서장은 징계 처분이 내려진다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일시적으로 징계 효력을 중지시키고, 본안 소송을 통해 징계가 무효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행정소송에서 징계 처분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경급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관련 규정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해산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경찰 지휘부가 경찰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김창윤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공무원법에는 지휘권 남용금지의 의무가 있다”며 “업무일이 아닌 휴일에 경찰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한 것을 해산하라고 하고 참석자를 징계하는 것은 오히려 지휘관의 지휘권 남용에 가깝기 때문에 사법부에서 징계 결정을 무효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징계 수위가 세지 않는다면 뒤집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행정법 전문인 신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앤랩)는 “휴일이고 별도의 모임이라곤 하지만 회의의 성격 자체가 경찰국 신설 등 행정 사안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최종 징계가 수위에 따라서 소송의 승패가 결정될 것 같다. 과중한 처벌이 나오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지만 경징계를 받게 된다면 처분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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