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비과세 250만원 Vs 5000만원..혼란스런 시장

최훈길 2022. 7. 2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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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선 공약은 코인 '5000만원 비과세'인데
기재부 세법 개정안엔 '2년 유예' 내용만 담겨
'코인=주식' 여부, 美 행정명령, 2024년 총선 변수
"투자자 보호 대책 만들고 충분히 과세 논의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가상자산 과세 향배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가 일단 과세를 2년 늦추기로 하면서, 법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현재 세법대로 2025년부터 250만 원 비과세를 적용할지, 아니면 대선 공약대로 5000만 원으로 상향할지가 관건이다. 국회에서는 표심 등을 고려해 비과세 확대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격돌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 1월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코인 수익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로 하겠다”며 소득세법 개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는 이같은 비과세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업계 “5000만원 비과세 공약 이행해야”

25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를 2023년 1월에서 2025년 1월로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달 8일까지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이후 내달 23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2일 이전에 국회에 이를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가 개정안 심의를 할 계획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2023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하는 내용이다.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세율은 그대로 놔두고, 과세 시점만 2025년 1월1일로 2년 늦추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시점을 2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가상자산 과세도 늦춘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비과세 수준 논의는 일단 멈추기로 했고, 추후에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상자산거래소가 회원사인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공약을 조속히 이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 1월19일 기자회견에서 “코인 수익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은 좀처럼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당장 결론을 내리기엔 국회 등의 변수가 많아서다. 조명희·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코인 5000만 원 비과세’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개정안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이 개정안대로면 변동성이 큰 코인을 주식과 세법상 동일하게 보는 것이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리한 세금 걷기보단 충분한 논의 필요”

미국이 올 하반기에 가상자산 규제안을 어떻게 만들지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재료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증권형 가상자산은 자본시장법, 비증권형 가상자산은 계류 중인 법안 논의를 통해 규율한다고 밝혔다. 관련해 미국의 행정명령 등 각국의 규제체계 논의 동향을 국내 법제화 과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에 가상자산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기관·부처별로 최장 180일 또는 210일 내에 규제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180일을 기준으로 하면 오는 9월에 보고서가 나온다. 미국의 보고서에 담긴 가상자산 규제 내용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돼도 국내 총선 변수가 남아 있다. 기재부는 2025년부터 적용하는 가상자산 관련 세법 개정안을 2024년 7월에 발표할 계획이다. 2024년 4월에 실시하는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2025년에 시행되는 가상자산 세법을 결정하게 되는 셈이다.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세금부터 걷는 것을 지양하고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공론화를 거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동의 가이드라인부터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은 “동종업계가 모두 참여해 공동의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며 “당국에서는 코인마켓 가이드라인과 원화마켓 가이드라인을 따로 제정하는데 따른 충돌과 혼선부터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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