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발언에 들끓는 경찰.. "민주주의가 뭔지 모르나"

이상민 행안장관 "총경회의는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
들끓는 경찰 내부.. "우리 의견따윈 필요치 않냐"
경감·경위 회의 예고에 이어 대국민 홍보전 돌입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하면서 경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

이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총경 회의와 관련해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 놓고 모임을 한 건데,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국 신설과 총경회의에 대한 행안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 장관이 경찰국 신설 반대 목소리를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경찰 내부의 불만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 경찰관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경찰서장들이 총을 들고 간 것이냐.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아예 없다는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현상 유지가 최대 목표인 보수적인 조직”이라며 “그런 경찰을 쓸데없이 건드려 이렇게 폭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이 ‘우리는 무조건 할 테니까 너희는 그냥 따르기만 해. 의견은 필요 없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경찰관은 이 장관 발언 직후 경찰 내부망에 ‘쿠데타 합시다. 쿠데타를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경찰관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작금의 일을 12·12 쿠데타로 비유하냐”며 “경찰이 완전무장해서 어딜 처들어갔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썼다.

이어 “검사들이 모여 작당을 할 때는 회의냐. 쿠데타가 어떤 것인지 좀 가르쳐 달라”며 “내가 경찰청장 후보자라면 조직을 위해 청장을 포기한다. 그렇게 청장이 하고 싶냐”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국민을 위해서 일하지 무식한 장관을 위해서 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총경 회의를 주최했던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되는 등 일련의 사태가 ‘경찰 길들이기’의 예고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초 경찰청은 국장급 인사를 총경 회의에 내려보내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자기 류 총경을 대기발령한 것은 ‘윗선’ 개입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류 총경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의) 결과를 전달받기로 한 사람이 갑자기 대기발령을 내면 어떻게 하냐”며 “인사권이 경찰청장 명의로 날아왔지만, 본인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총경 회의 이후 경찰국 신설 반대 목소리는 고조되고 있다. 총경에 이어 경감·경위 등 중간·초급 간부들도 경찰국 신설 반대 회의 개최를 예고한 데다 일선 지구대장·파출소장까지 이에 동참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이날부터 29일까지 경찰국 신설 반대를 위한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한다. 서울역에서는 집회를 열고, 온라인을 통한 국회입법 청원 서명을 진행할 방침이다. 같은 기간 류 총경이 인사조치된 것을 항의하는 1인 시위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다.

이날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강학선 청주 청원경찰서 경사는 “행안부에서 엄정 대응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법을 어긴 게 없다”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법적 조치까지 언급되면서 내달 2일 경찰국이 출범하더라도 당분간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강 경사는 “(내달 2일까지는) 1인 시위와 전단지 배포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이후에는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이날 류 총경 인사조치와 관련해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지시 명령과 해산지시를 불이행한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한 지역의 치안을 총괄 책임지는 경찰서장으로서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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