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룸은 되고 독도버스는 안된다? '돈 버는' 메타버스 운명 엇갈린 까닭은
관련 제도 미비에 소비자 혼란
메타버스 게임과 분리 여부가 관건
"범부처TF 구성 및 적극적 육성 대책 요구"
메타버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메타버스 내부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로 게임 산업에 적용됐던 '돈 버는 기능(P2E)'이 메타버스와 결합하는 형태다. 다만 현행법이 게임의 P2E 기능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과 달리, 메타버스의 P2E 기능에 대해선 명확한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볼 것인지, 별도의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똑같이 P2E 기능이 접목된 메타버스임에도 특정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반면, 일부 서비스는 P2E 기능을 제거하는 등 운명이 엇갈리기도 했다.
사행성 논란에 엇갈린 태그룸과 독도버스
2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가상 독서실 서비스 '태그룸'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서비스는 혼자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스터디 윗 미(Study With Me)' 움직임에 기초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카페나 독서실 공부가 제한되자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에 모이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 서비스가 쟁점이 된 것은 6월부터 'P2E' 기능이 접목되면서다. 정해진 목표에 따라 공부 시간을 인증하면 태그룸의 자체 화폐인 '태거'가 지급되는데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의 P2E 기능에 위법성 지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서비스는 이뤄지고 있다.
반면 올해 1월 NH농협은행에서 출시한 '독도버스'는 태그룸과 다른 운명을 맞았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메타버스로 구현된 '독도' 안에서 쓰레기 줍기 등의 게임을 하면 가상 재화 '도스(DOS)'를 벌어 현금화할 수 있는 P2E 기능 접목이 검토됐다. 하지만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사행성 지적'과 '규제 위반' 우려가 제기됐다. NH농협은행은 도스를현금화 대신 은행머니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 역시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고 독도버스는 초기 단계부터 P2E 기능을 삭제한 채 출시됐다. NH농협은행은 "독도버스는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라며 한껏 몸을 낮춘 상태다.
"메타버스는 게임? 개념 정의도 미비"
태그룸과 독도버스가 엇갈린 운명을 맞은 까닭은 메타버스의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메타버스를 게임과는 다른 별도 플랫폼으로 볼지가 쟁점이다. 현행법은 게임의 P2E 기능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데,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볼 경우 P2E 기능은 불법이 된다. 반면 "메타버스와 게임은 개념과 성격이 명확히 다르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크며 전문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나 게임이나 큰 틀에서 보면 같은 것"이라며 "메타버스 안에 있는 게임 요소들을 게임물 관리 규정에 따라 동등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메타버스 기반이라고 해도 게임 요소를 통해 돈을 벌고 현금화까지 한다면 불법"이라며 "메타버스라는 이유로 게임물 규제를 안 받겠다는 것은 불공평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는 메타버스와 게임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구현한 가상 공간임과 동시에 현실 세계와 밀접하게 연계된 만큼, 경제활동이 필수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그 자체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담고 있다"며 "메타버스에서 자체 경제활동이 벌어지고 그것이 현실과도 연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부처TF 꾸리고 사행성 명확히 해야"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 육성과 P2E 논란 해소를 위해 ①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과 ②네거티브 방식 규제 논의 ③사행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만들어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단순하게 메타버스에 게임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이라며 "메타버스 문제를 주관할 범부처TF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T업계는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2,005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측되는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해 '불가능한 항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 규제 논의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이행 계획서'를 통해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논의를 언급했다.
메타버스에 접목되는 사행성 관련 개념을 우선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단순히 돈이 오가는 것으로 경직되게 사행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것이 메타버스, P2E의 사행성이 될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태그룸 이용자는 "100태거 정도를 걸고 공부 목표 도전에 성공했을 때 얻는 돈이 3~6태거(약 40~70원)로 적은데 이런 것도 도박으로 볼 수 있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비스 이용자도 "태그룸으로 벌 수 있는 돈이 크지는 않아서 공부에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소진영 인턴기자 soyhanko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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