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위기' 지정된 원숭이두창..백신 부족 현실화

안호균 2022. 7. 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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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WHO, 원숭이두창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규정
발생 80일 만에 72개국에서 1만5000명 확진
미국·유럽 등 각국 3세대 백신 진네오스 확보 경쟁
온라인 접종 신청 폭주…1회 접종만 실시하기도
한국도 5000명분 계약했지만 도입 일정은 미정

[인천공항=뉴시스] 고승민 기자 = WHO가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확산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이전과 다른 전파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확진자의 80% 이상이 몰린 유럽이나 북미에선 백신이 부족한 조짐도 보인다. 사진은 2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모니터에 나오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 모습. 2022.07.2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원숭이두창의 빠른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백신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원숭이두창 유행을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으로 규정하고 백신의 국제적 공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확보 경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25일 의약계에 따르면 WHO는 지난 23일 2차 비상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에 대해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선언인 PHEIC를 선포했다. 이번 유행이 위기상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지만 원숭이두창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경계심을 보인 셈이다.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던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6일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비풍토병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초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강한 질병은 아니어서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발생 80일 만에 72개국에서 1만5000명 넘는 확진자를 냈고 여전히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6월 초 63명 수준이었던 일평균 확진자 수는 최근 570명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원숭이두창 확산 억제를 위한 각국의 백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기존 두창 백신으로 85% 정도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창 백신은 바이러스 노출 후 4일 이내에만 접종해도 감염 예방 효과가 있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해 확산을 막는 '포위접종(ring vaccination)' 전략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기존 1·2세대 백신은 바이러스를 배양해 만든 '생백신'이어서 부작용 위험이 높고 접종 방식이 까다롭다. 반면 3세대 백신은 세포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해 부작용 위험을 낮추고 접종 대상을 넓혀 대규모 접종에 대한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은 3세대 백신인 진네오스(임바넥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진네오스를 개발한 덴마크 생명공학기업 바바리안 노르딕은 화이자처럼 대규모의 생산력을 보유한 대기업은 아니다. 연간 3000만 도즈 규모의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창 백신의 생산 물량은 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바바리안 노르딕의 생산 공장 중 한 곳은 지난해 8월부터 확장을 위해 문을 닫은 상황이다. 가동은 올 여름 늦게나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달 초 바바리안 노르딕에 진네오스 250만 도스(125만명 분)를 주문했고 최근에는 내년 시판될 백신 250만 도스를 추가 계약했다. 올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게 공급될 수 있는 백신 물량은 500만 도스(250만명 분)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약품청도 최근 원숭이두창 예방 목적으로 임바넥스(진네오스) 사용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80% 이상의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내고 있는 유럽 지역에서도 임바넥스 주문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도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는 지난 22일부터 집단 예방접종이 시작돼 접종 희망자들이 밀려들고 있다. 1만7000도스의 백신이 배포됐지만 사흘만에 온라인 예약이 마감됐다. 접종은 이달 30일에나 재개될 예정이다.

백신 공급이 부족해 28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을 하는 진네오스를 1회만 투여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현재 포위접종을 위해 확진 사례가 있는 곳에 1회만 투여하는 지침을 세워두고 있다. 영국도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데 집중하고 2차 투여는 2~3개월 후 고려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도 백신을 1회만 접종하거나 2차 접종까지의 간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바바리안 노르딕과 진네오스 1만 도스(5000명분)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도입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미 국내에서도 1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확진자가 해외에서 추가로 유입될 수 있어 백신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 확보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이어서 국내 도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지금은 확진자가 많은 게 아니어서 몇백개만 가지고 있어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적은 수라도 당장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국에 적절한 양의 백신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원숭이두창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 센터 책임자이자 감염병 전문가인 마이클 오스터홈 박사는 동성애자 남성 인구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려면 240만~530만 도스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스터홈 박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절망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백신이 크게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또 "세계가 현재의 발병을 억제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지 않는 한, 이것(원숭이두창)은 우리가 억제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또 다른 감염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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