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아동주거가구 힘겨운 '여름나기'

윤평호 기자 2022. 7. 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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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칸 온 가족 생활, 일부 가구 주거지원 전무
천안시 한 아동주거가구의 실내 모습. 사진=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제공
원룸에서 생활하는 천안시 한 아동주거가구의 실내 모습. 침대 매트릭스를 제외하고는 움직이기도 여의치 않다. 사진=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제공.

[천안]천안시 동남구 도심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 양. 2학년인 A 양은 얼마전 방학이 시작 됐지만 대부분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낸다. 식당 일에 종사하는 어머니의 오전 출근 때 함께 집을 나선다. 어머니 일터에서 종일 지내다가 저녁 때 같이 귀가한다. A 양이 집에 못 있는 이유는 방 한 칸과 화장실이 전부인 원룸이 무덥기 때문이다. 월세로 입주한 원룸에 벽걸이형 에어컨이 있지만 전기세 부담 등으로 가동한 적은 한번도 없다. 더위도 피하고 학습과 프로그램 참여 등을 위해 또래 아이들은 학원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지만 A 양은 그마저도 엄두를 낼 수 없다. A 양의 어머니는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한국에 난민 신청 했지만 인정되지 않아 혼자서 A 양을 돌보며 생계를 잇고 있다. 내국인 저소득 가구 아동은 지역아동센터 이용 시 지원되지만 A 양은 아무런 혜택이 없다. 홑벌이로 A 양을 학원에 보내기는 수입이 벅차다.

A 양과 어머니는 무더위도 걱정이지만 겨울이 더 시름이다. 월세가 저렴해 지난해 11월 이사한 원룸이 난방이 부실해 두 사람 모두 감기가 끊이지 않았다. 올해 같은 건물 3층으로 옮겼지만 그곳에선 누수가 발생해 지난 6월 다시 한번 짐을 쌌다. A 양의 어머니는 "부엌과 거실, 아이 방이 따로 있는 집을 꿈꾸지만 이룰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집 밖에서 여름을 보내야 하는 사정은 내국인 아동주거가구도 마찬가지다. 올해 15살인 B 군은 천안시 동남구 한 원룸에서 어머니와 생활한다. 10여 년 전 만해도 모자는 이런 환경을 상상할 수 없었다. 사업을 하던 B 군의 아버지가 갑자기 작고하며 가계가 급속히 기울었다. 부채가 수억 원에 달해 살던 아파트를 매각했지만 빚을 청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빚을 갚느라 B 군의 어머니는 새벽에 식당 조리를, 오후에 간호조무사로 일한다. B 군은 홈스쿨링으로 얼마전 중학교 검정고시를 마쳤다. 모자는 무더운 집을 피해 매일 인근 시립도서관에 폐관까지 머무르다가 돌아온다. B 군의 어머니는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7억 원 정도 "라며 "아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방 하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천안시 서북구 원도심 한 주택. 볕도 잘 들지 않는 방에서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이와 5살 아동이 네팔 국적의 부모와 생활한다. 두 아이 모두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출산축하금, 아동수당 지원은 제외됐다. 자녀의 아버지가 식당 일로 생계를 떠맡고 있지만 최근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일할 수 없는 형편. 유학생 비자라 취업도 제한됐다. 어머니 C 씨는 "이 아이들에게는 한국이 고향"이라며 "지원 배제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들 가정들을 비롯해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이하 복지세상)은 천안시 아동주거가구 15가정을 심층 조사해 결과를 토대로 정책제안할 계획이다.

복지세상 이선영 사무국장은 "아동주거가구 중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빈곤으로 일상에 고통받는 세대가 우리 주변에 여전하다"며 "사회적 관심과 해결책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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