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헬기, 80일간 아조우스탈 보급·구출 공중회랑작전

강영진 2022. 7. 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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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NYT, 80일 전투 상세하게 기록하며 7차례 진행된 헬기 작전 보도
스팅어·재블린 미사일과 보충병 지원하고 부상병 85명 구출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작전 헬기 2대 격추된 뒤 중단…이후에도 전투 1달여 지속
탄약·의약품 공급하고 부상자 후송, 자원병 투입도 진행

[마리우폴=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통제하에 있는 마리우폴에 아조우스탈 제철소가 보인다. 이 공장은 마리우폴 포위전 동안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2022.06.15.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3월 21일 이른 아침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부지에 소련제 Mi-8 헬리콥터 2대가 착륙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원들이 스팅어 대공 미사일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인공위성 인터넷 중계기를 싣고 도착한 것이었다. 이들은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6m 높이로 저공비행해 도착했다.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는 헬기의 비행이 과감하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작전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아조우스탈에는 탄약이 떨어져 가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통신이 두절된 채 남아 있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으로 전멸하기 직전이었다.

작전은 Mi-8 헬리콥터를 공장에 착륙시켜 짐을 내리고 부상병들을 태워 우크라이나 중부로 귀환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마리우폴 대부분이 러시아군에 점령돼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무기를 보내면 러시아군이 남부와 둥부로 진격하는 것을 몇 주 지연시킬 수 있었다.

호출명이 플린트인 한 정보 장교는 "목숨을 걸고 날아가 부상병을 실어 나르고 탄약과 의약품을 공급해 우리가 포위된 병사들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고 말했다.

2대의 Mi-8 헬기는 러시아군 레이더를 피해 아조우해 수면 위로 바짝 붙어 비행했다. 비행중 촬영된 동영상에 아조우스탈이 아침 햇살에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작전을 이끈 플린트는 아조우스탈 너머 초토화된 마리우폴을 보면서 "너무 슬픈 모습이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아조우스탈에서 80일 동안 항거하다가 항복해 포로교환으로 귀환하기까지의 우크라이나군과 현지 주민들의 투쟁을 자세히 밝히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이 중에는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가 이 목숨을 걸고 아조우스탈에 남아 최후의 결전을 벌인 군인들을 지원하하는 특수작전도 처음 상세히 소개했다.

Mi-8 헬리콥터 2대가 마리우폴항구의 크레인 사이를 날아 아조우스탈 단지에 착륙했다. 플린트가 부대원들과 함께 뛰어내려 빠르게 녹색 탄약 상자를 내렸다.

팔다리를 잃은 채 담요와 슬리핑백으로 몸을 감싼 부상병들을 헬기에 태웠다. 헬기 프로펠러는 계속 돌고 있었다. 이날 8,9명의 부상병을 태웠고 이중 의식이 있는 부상병은 자신들이 치른 치열한 전투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줬다.

플린트가 3월21의 작전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헬기는 20분 동안 지상에 머물러 있었다. 플린트는 "이들을 구출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이후 2주 동안 공중회랑작전이라는 이름의 수송 작전이 모두 7차례 진행돼 중상을 입은 병사 85명을 구출했다고 플린트가 밝혔다. 부상으로 말도 잘 못하게 된 침발 병장도 구출됐다.

자원병인 아조우연대의 니키타 제르데우 일병은 거꾸로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몇 주전 폭격으로 아버지가 사망했고 여동생에게 자신이 아조우스탈로 간다는 걸 알리지 않은 채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편지를 썼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아조우스탈에 착륙하면서 이제 실제로 일이 벌어지는 걸 느꼈다. 연기가 자욱해 아무 것도 안보였다. 공격당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나를 맞는 사람들이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라고 소리쳤고 5분마다 공습이 이어졌다. 전투기가 날아들고 있었다"고 했다.

마리우폴 주민으로 현지에 투입된 제르데우 일병은 아조우스탈에 군대가 있다는 걸 알긴 했어도 몇 주 채 전투하느라 피와 기름 범벅이 된 채 굶주리고 탈진한 채 병사들을 보고 놀랐다. 한 병사가 그를 보고 말했다. "이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나? 죽고 싶어 왔나"라고 했다.

이들이 목격한 도시는 더할 나위 없는 공포의 현장이었다. 몇 몇 병사들이 거리마다 시신이 즐비하고 고양이와 개들이 시신을 뜯어먹고 있다고 했다. 헬기를 타고 4월에 아조우스탈에 투입된 루슬란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배가 고프면 사람도 먹는다는 걸 몰랐다"고 했다.

제르데우 일병 부대는 그가 도착한 다음날 지휘관과 다른 장교가 전사했다. 제르데우 일병은 7일 동안 버텼다. 총류탄 파편이 목 뒤에 박혀 전신마비가 되거나 죽기 직전이 됐다. 그는 거의 마지막 순간에 낮게 떠 있는 헬기를 탈 수 있었다. 제르데우 일병은 러시아군 로켓이 터져 헬기 동체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가 탄 헬기는 간신히 이륙했지만 두번째 헬기는 부상병을 태운 채 격추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점령지까지 비행하는 동안 헬기를 촬영했다. 폭발로 여기저기 찢어지고 검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엔진 1개 만으로 비행했다.

4월7일 출격한 다른 헬기는 우크라이나군 점령지로 귀환하기 몇 km 전에 러시아군 대공포에 격추됐다고 공중회랑 작전을 지휘한 우크라이나군 정보사령관 키릴로 부다노우 장군이 밝혔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보낸 헬기도 격추돼 4명의 특수부대원과 헬기 승무원들이 숨졌다고 했다. 이후 공중회랑작전을 중단했지만 아조우스탈 공방전은 한달 이상 더 계속됐다.

부다노우 장군은 "그들은 고립돼 포위된 채 싸웠다. 최대한 소개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플린트의 팀이 첫 비행 당시 전해준 스타링크가 상황을 바꾸었다. 이전까지 아조우스탈의 군인들과 시민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었다.

그러나 이후 공장 내부의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이 텔레그램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부인과 통화하고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투를 끝내달라고 호소했다. 아조우연대 부지휘관 팔라마르 대위는 기자들과 회견하면서 중상을 입은 수백명의 병사들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냈다. 덕분에 아조우스탈의 말세적 모습이 세상에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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