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앱'에 "교사 들들 볶아" 유치원 리뷰..고소장이 날아왔다

이우연 2022. 7. 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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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유치원 교사인 ㄱ(30)씨는 지난 4월 경찰 수사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ㄱ씨는 "유치원도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같은 익명 리뷰 앱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무 후기를 올렸다. 동료 교사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후기를 썼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리뷰 앱에 부정적 근무 리뷰를 남긴 교사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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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천 유치원 원장들 명예훼손 잇단 고소
교사들 "공익 차원에서 글 썼는데 입막음"
신상 특정, 이직 어려워질까 전전긍긍하기도
클립아트코리아

8년차 유치원 교사인 ㄱ(30)씨는 지난 4월 경찰 수사관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원&집’이라는 어린이집·유치원 익명 리뷰 애플리케이션에 올린 글이 화근이었다. 그는 5년 전에 일했던 경기도의 한 유치원에 대해 “교사복지가 최악인 곳, 교사 들들 볶는 곳”이라고 적었다. 해당 유치원에 대해 “최악”이라는 다른 리뷰도 여럿 달렸다. ㄱ씨는 “유치원도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같은 익명 리뷰 앱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근무 후기를 올렸다. 동료 교사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후기를 썼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리뷰 앱에 부정적 근무 리뷰를 남긴 교사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교사들은 원장이 인사권을 쥐고 교사 평판을 좌지우지하는 사립유치원 업계의 문제점을 공익 목적으로 알리려 했을 뿐이라며 원장들의 고소는 자신들에 대한 ‘입막음’이라고 주장한다.

익명 리뷰를 남겼다는 이유로 최근 원장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교사들은 24일 <한겨레>가 파악한 인원만 경기·인천지역에서 5명에 이른다. 실제 고소를 당한 교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ㄴ(26)씨는 “경찰 조사에서 후기를 남긴 유치원에서 나를 포함해 7명을 고소했다고 들었다. 욕이나 험담 없이 근로계약서에 적힌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고, 적은 교사 수로 많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등 내가 겪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서 겪은 그대로 썼는데 고소를 당해 황당하다”고 했다.

익명이라는 점을 믿고 후기를 남겼다가 수사 과정에서 신상이 특정된 것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교사도 있었다. 여타 기업 리뷰 앱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개인정보 등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아 작성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원&집’ 쪽은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뒤 항의하는 교사들에게 “회원가입은 에스엔에스(SNS) 로그인으로 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개인정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할 때 저희가 제출하는 것은 에스엔에스에서 전달해준,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난수 형태의 코드뿐이다. 작성자에 대한 어떠한 신상정보도 구조적으로 남지 않는다”고 했다. 교사들의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관은 “앱 운영사에서 개인정보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다른 수사기법으로 게시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며 자세한 언급을 꺼렸다.

고소를 당한 유치원 교사들은 처벌을 받을 경우 범죄경력증명서에 전과기록이 남아 재취업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한다.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다른 교사들에게 유치원 근무 정보를 알린다는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했다면 이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되기 때문에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다. 원장들이 교사들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노리고 고소를 남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ㄷ(37)씨는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지 않더라도 수사 결과를 고소인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고소당한 교사들의 이름도 알려진다고 한다. 많은 교사가 업계에 소문이 나 이직이 어려워질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리뷰에 남겨진 글들이 사실이 아닌 악의적인 내용이라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인천의 한 유치원 원장은 “사실이 아닌 후기 때문에 일하고 있는 교사들이 선동됐는지 갑자기 유치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더라. 유아교육 현장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철없는 교사들이 사이트에 올린 글로 더는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고소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후기를 내리면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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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0879.html?_ga=2.98061334.806244706.1658723486-1914536081.1623820575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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