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땐 "무자비한 징벌"..25년 전과 달라진 중국

최현준 2022. 7. 25. 13: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97년 깅그리치 의장 방문 땐 '묵인'
8월 펠로시 방문 계획엔 결사반대
대만기(왼쪽)와 미국기. 로이터 연합뉴스

25년 만에 추진되는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으로 미-중 관계가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중국이 ‘군사 대응’을 할 가능성까지 나오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반대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은 지난 18일 영국 매체 <파이낸셜 타임스>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이 신문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다음달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해 대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 하원의장은 미 의회를 대표하며, 대통령 유고 때 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권력을 승계하는 등 미 권력 서열 3위로 평가받는다.

이 보도가 나오자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이 양국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여겨져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사실상 허물려 한다는 또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3일 중국이 미국에 비공식적으로 엄중한 경고를 보냈으며, 방문을 막으려 전투기를 동원해 미 군용기를 가로막는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보낸 비공식 경고’에 대한 질문에 “당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이를 확인했다. 다만 중국이 군사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중국은 또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 미국의 국내법인 대만관계법 제정 43주년 기념일(4월10일)을 맞아 하원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 법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으며 그동안 존재했던 상호방위조약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이 법에는 “미국이 대만의 방어를 위한 무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4월 방문은 펠로시 의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연기됐다. 당시에도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과 관영 매체 등이 나서 이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4월9일 사설에서 “병적으로 중국에 반대하고 ‘레드라인’을 건드리는 자는 영웅이 아니라 역사의 죄인이며, 반드시 무자비한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은 25년 전인 1997년 4월 이뤄졌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방문 때와는 분위기가 매우 사뭇 다르다. 당시 깅그리치 의장은 한국·홍콩·중국·일본을 거쳐 대만을 방문했고, 대만에 가기 앞서 중국에서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을 만났다. 당시 그는 중국에 “나는 여러분이 미국이 대만을 방위할 것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이 1995년 미국을 ‘비공식 방문’하자 대만을 상대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하는 등 양안의 군사적 긴장을 높인 바 있다. 미 하원의장이 노골적으로 대만 방위 의사를 밝힌 뒤 대만으로 넘어갔지만 중국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지 못했다. 당시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7위권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놓고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질문에 “국방부는 지금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견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전면 갈등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 23일 칼럼에서 미군이 새달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예정인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이 군용기에 탑승하고, 항공모함을 파견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