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회의 '징계' 논란 확산.."복종의무 위반" vs "적법절차 따랐다"
"근무지 이탈 '절차대로' 문제 없어" 내부 불만 폭발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참석자들을 경찰청이 징계·감찰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회의가 경찰 공무원의 명령 불복종 의무를 위반했는지와 함께 주말 관외 세마나 참석에 절차상 위법이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77년 경찰 역사상 처음 발생한 '총경 집단행동'으로 경찰 조직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복종 의무' 위반 논란
25일 경찰청은 전국 서장 회의 참석자 징계 사유와 관련해 "서한문을 통해 지속해서 모임 자제를 사전 요청했다"며 "회의 중에도 회의를 주도하는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에게 '즉시 모임을 중지할 것과 참석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3일 회의 직후 류 전 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총경급 경찰관 56명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이들이 국가공무원법 제57조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지휘부가 모임 자제와 해산을 사전에 명령했음에도 회의를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회의 내용과 장소·시간을 이미 공개했고 윤희근 청장 후보자와 류 서장은 25일 회의 결과를 놓고 회동이 예정돼 있었을 만큼 지휘부와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류 서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회의는) 직무가 아니다. 우리는 관외 여행 신청을 받고 세미나를 했다"며 "정당한 회의를 하는 사람들에게 직권을 부당하게 발동해서 직무 명령을 한 것이 오히려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근무지 이탈?…적법한 절차 따라" 참석자들이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문제 역시 논란거리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은 경찰공무원이 휴무일 또는 근무 시간 외에 2시간 이내에 직무에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하는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회의엔 전국 총경 600명 가운데 50여명이 참석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총경은 130여명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으로 참석한 133명의 총경급 경찰관들 및 경찰직장협의회(직협) 관계자들은 감찰 대상에서 제외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법적 절차에 따라 관외 여행 신고를 마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류 서장은 "휴일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관외 여행을 하고 근무지를 이탈한다는 승인서를 받았다"며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휴일 인재개발원에 모여서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목적이 '쿠데타에 준한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반발이 거셌다. 현직 경찰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반대를 하기 위한 성격의 세미나도 아니었고 의견을 모으기 위한 회의였을 뿐"이라며 "어떤 조직이든 의견 수렴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요즘에는 연가 사유도 적지 않는데 세미나 참석을 했다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회의를 한 행위만으로 공문서위조나 징계를 언급하는 주장은 억지"라고 덧붙였다.
◇"나도 대기발령하라" 징계 결정 비판
경찰 지휘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자 경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날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 서장 징계 결정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폴넷에는 '조직을 바로 세우자는데 대기발령이라니', '저도 대기 발령해달라',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 '류 총경님 응원한다'는 제목이 잇달아 게시됐다.
서장 회의에 이어 지구대장·파출소장도 경찰국 반대 목소리를 함께 내자는 주장도 나왔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이날 오전 "30일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리는 전국팀장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이 참석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저부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장은 "혼자 받는 대기발령보다 같이 (징계를) 받으면 덜 외롭다"며 "경찰청은 우리 동료인 감찰이나 정보기능 인력을 동원하지 말고 제가 먼저 자수하니 이 글을 근거로 (징계) 조치하시면 쿨하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직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이날부터 징계 조치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현직 경찰들의 릴레이 시위가 예고됐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은 29일까지 KTX 오송역, 대전역, 서울역, 용산역, 광주송정역, 부산역, 동대구역에서 순차적으로 하루 8시간씩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직협은 경찰청 앞에서 류 서장 인사 조처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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