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시절로 회귀" "벌써 '길들이기'냐"..일선 경찰 '부글' [경찰국 사태]
경감·경위도 회의 개최 예고
[헤럴드경제=김빛나·박혜원·김희량 기자] “독재정권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 반대서명 부탁드립니다.”
25일 오전 9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앞,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을 포함한 전국경찰직협 회장단(이하 회장단)은 시민에게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팸플릿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회장단은 오는 29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역에서 경찰국 반대를 위해 이 같은 대국민 홍보전을 연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국회 입법 청원 온라인 서명운동도 할 계획이다.
민 회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만나 “경찰국 신설 시행령 의견수렴도 40일에서 4일로 줄였다”며 “이번주 시행령이 통과되기 전에 국민에게 (경찰국에 대해) 알릴 방법이 이것뿐이라 나왔다”고 말했다. 회장단은 26일부터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도 같은 내용의 홍보활동을 할 방침이다.
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을 두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23일 사상 첫 전국 총경급 간부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대기발령 조치를 받으면서 경찰 내부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경감, 경위 등 중간·초급 간부들도 회의 개최를 예고하는 등 당분간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에 경찰들은 잇달아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서울역 앞에서 만난 50대 A 경감은 “회의를 했다고 바로 류 총경을 대기발령한 사실에 분노한다”며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전두환 정부 시절처럼 민주적인 의견수렴 없이 이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대 출신 B 경정은 본지와 통화에서 “경찰서장회의가 문제라면 회의 시작 전에 직무명령을 했어야 했다”며 “경찰 조직은 통상 집단행동 우려 시 사전에 경고하는 편인데 토요일(23일) 전에 이에 대한 경고가 없었다는 건 지휘부가 회의를 용인한다는 의미 아니었냐”고 주장했다.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순경 공채 출신 C 경감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 벌써 ‘경찰 길들이기’ 하는 것 같이 보인다”고 했다. 이어 “경찰들은 스스로 행안부 소속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검사들은 법무부에 가 있지만 행안부에 우리 경찰들이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50대 D 총경은 “경찰이 마치 통제를 안 받겠다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에 대해 정말 분개한다”며 “경찰의 비대화 우려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중이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닥치고 통제하는 방식’을 누가 이해하겠나”고 토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간부 후보생 출신 40대 E 경정은 “취임도 전에 부하직원들과 척을 지게 돼 자리에 올라선 후에도 면(面)이 서지 않을 것 같다”며 “사람들이 경찰청장을 행정안전부 장관의 꼭두각시로 인식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경찰대 출신 F 경감은 “청장 후보자가 류 총경으로 바뀐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도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관들의 비판글도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전날 ‘경찰국 생기면 뭐가 달라지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이라는 작성자는 경찰국이 생기면 “당신이 술을 마시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는데 그 사람이 현 정권의 높으신 분의 친척이라면 갑자기 당신은 쌍방폭행으로 입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억울함에 못 이겨 시위를 나가면 물대포를 맞을 것이고, 운이 없다면 최루탄을 맞을 겁니다”며 경찰국 신설이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 글을 썼다.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대 14기인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이 30일 오후 2~6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경감은 류 총경의 대기발령을 언급하면서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정권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hop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연아 10월 결혼…5세 연하 성악가 예비신랑 누구?
- 아파트서 30·40대 자매 추락사…집안엔 초등생 자녀 2명도 숨진 채 발견
- ‘우영우’ 박은빈 다녀간 그 ‘소덕동 팽나무’ 실제 장소, SNS인증 행렬
- “한국이 키운 이 여성” ‘디즈니의 나라’ 미국서 결국 일냈다
- “이은해 사건 계곡 여기 맞아?”…호기심 많은 관광객까지 인산인해
- “중국 웹툰에 한복입은 커플이 왜 나와?” 정체 알고보니
- ‘커밍아웃’ 홍석천 “동성결혼 생각 없다” 선 그은 이유
- 삼성 크게 화났다?…“신제품 잔칫날 찬물 끼얹는 중국”
- [영상] “머스크, ‘절친’ 구글 창업자 아내와 간통…무릎꿇고 사과” [나우,어스]
- “유모차에 아기 손가락 절단”…업체들 줄줄이 “우린 아냐”